수십여 곳의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이 자체 법률자문부서가 있으면서도 '법률자문' 역할로 검사를 파견받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문 역할이어야 할 검사가 해당 기관의 결재 라인에 버젓이 있는 경우도 발견됐다. 파견나간 검사들은 '직책수행'을 이유로 연간 1000만원대의 수당을 챙기기도 했다.
15일 머니투데이가 이학영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검사 파견기관 현황' 문건에 따르면, 감사원과 국민권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20여곳의 기관은 자체 법률사무를 처리할 내부 부서를 갖췄으면서도 검사 파견을 계속해서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외부기관에 대한 검사 파견은 해당 기관에 대한 검찰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해당 기관의 비위 사실에 대해 공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렵게 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검찰과 관련된 법무부의 탈검찰화가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 행정기관의 파견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62명, 2014년 63명, 2015년 69명, 2016년 66명이었다. 올해 8월 현재는 38개 기관에 52명의 검사가 파견되어 있다.
검사가 파견된 외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자본시장조사단과 식품의약품안전처, 금융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부처 내에 법률사무를 처리하는 규제개혁법무담당관을 이미 두고 있다.
한국거래소(법무리스크관리팀)와 국민안전처(법무담당관), 예금보험공사(기획조정부 산하 법무실)도 자체 조직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혁신행정법무담당관, 국무조정실은 법무감사담당관, 국민권익위는 행정관리담당관이 법무를 담당한다.
법조윤리협의회는 자체 처리부서가 없으나 법률 전문가들로만 이루어진 집단에 법률자문형태로 검사가 파견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이들이 맡은 '법률자문' 역할은 일반 변호사가 충분히 대체가능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국책연구기관인 형사정책연구원의 경우 기관장이 검찰 출신에 검사를 법률자문 역으로 파견받고 있는데, 지난해 국정감사 지적 전까지 검찰이 껄끄러워하는 '검경수사권 분리' 관련 연구가 단 1건도 없었다"며 "심지어 국민권익위원회 등은 검사인 법무보좌관이 내부문서의 결재권을 쥐는 등 자문 역할로 파견되었으면서도 파견기관 행정에 개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상당수 파견 검사들은 월급 외 1000만원대의 별도 수당을 지급 받았던 사실도 밝혀졌다. 현재 금융위는 △직책수행경비 70만원 △FIU(금융정보분석원)파견검사 특정업무경비 20~21만원 △FIU심사분석실장 업무추진비 50만원 △자본시장조사기획관 업무추진비 60만원 등을 검사들에게 급여 외 수당으로 지급했다.
외교부와 법제처는 직책수행경비 79만5000원을, 권익위원회는 직책수행경비 70만원과 업무추진비 45만원을 지급했다. 국회사무처도 '특수수당'으로 24만7000원을 파견 검사들에게 지급하고 있었다.
검찰로 복귀할 때 더 좋은 보직으로 이동하는 등 검찰의 편법적인 인사적체 해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영승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당 기관에서 (검사가) 실제로 하는 일도 뚜렷하지 않은데 의전은 최상급"이라며 "사실상 검찰 내 업무상 고생의 대가로 1년간 특혜성 고가의 유급휴가나 다름없이 파견제도가 운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률가가 부족했던 과거에는 검사 파견이 이해가는 면이 있지만 변호사 공급과잉의 상태에 있는 오늘날 이러한 수요는 변호사로 대체하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청법 제44조의2를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 조항은 검사의 대통령비서실 파견 금지를 규정한 조항이다. 여기 추가로 '외부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의 검사 파견도 금지하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7월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과 관련해 지적이 있자 "지금 여러 기관에 나가 있는 검사들의 경우에도 검찰 본연 업무에 필요한 것인지는 다시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