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방안전 대책도 데이터부터 쌓자

진달래 기자
2018.01.31 04:03

알파고붐, 연구소 만든 정부 "데이터 확보부터 했다면"…기초부터 다져야

“알파고 붐이었을 때 정부가 뭐했는지 아세요? 대기업 자금 끌어와 연구소 만들었어요. 2년이 지났는데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도 부족한 게 현실이에요.”

2016년 바둑AI(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9단을 꺾자 AI 바람이 불었다. 한국에는 왜 알파고가 없냐는 질타섞인 물음에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대책은 연구소 설립이었다. 민간 기업이 모여 AI를 연구하면 정부가 각종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보여주기식 정책이라 비판했다. 오히려 기초 단계인 데이터 확보에 집중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거라는 목소리를 높였다. AI 기반인 빅데이터가 활성화 되지 못한 게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밑바닥 다지기’의 중요성은 다른 분야에도 통용된다. 특히 단시간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중요한 사회적 기반이 되는 과제를 수행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소방안전 분야가 그렇다. 제천 복합건물 화재 이후 담당자 문책, 현장 교육 강화, 인력 충원 등 각종 대책이 나왔지만, 정작 알맹이는 빠졌다.

두 대형 화재 모두 드라이비트 공법을 쓴 건물에서 발생했다. 대참사의 중요 원인이었지만, 전국에 얼마나 많은 건물이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지 모른다. 화재 발생 시 불이 빠르게 번지는데다 외벽에 설치한 스티로폼이 타면서 유독물질이 발생한다. 2015년 건축법 시행령 등 개정으로 병원 등은 난연성 마감재를 의무 사용토록 했지만 소급 적용이 안됐다. 1992년 준공된 세종병원 건물은 결국 3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이번 만큼은 드라이비트 공법 사용, 불법 증축, 스프링클러 미설치 현황 등 문제가 있는 건물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화재 안전대책 특별TF(태스크포스)를 꾸려 전수조사 수준의 실태조사를 지시했다. 시간·비용 등 조금 더뎌도 전수조사가 답이다. 기본부터 다져야 한다. 다음엔 내가, 내 가족이 있는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