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집 날리고 땅 팔고... 증권맨·교수도 '사기코인'에 당했다

최동수 기자
2019.05.29 06:00

[코인사기 늪 빠진 5070②]노후자금·자녀 결혼자금·학자금 몰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1.경기도 일산 한 목욕탕에서 세신사로 일하고 있는 신모씨(57·여)는 지난 2월 한 단골에게 M코인을 소개받았다. 500만원을 투자하면 2년 뒤 1500만원이 된다고 했다. 신씨는 대학생 딸의 기숙사비라도 벌자는 생각에 카드론으로 빌린 60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2주 뒤 이자가 끊기고 환전할 수 있는 거래소도 거래가 중지됐다.

#2.제주에서 30년간 청소부로 일한 김모씨(67·여)는 지난해 5월 Q코인에 투자했다. 김씨는 도청 공무원 소개로 집을 담보삼아 1억2000만원을 대출받았다. 10개월이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석달에 이자 20%씩 보장해 준다는 말에 속았다. 김씨는 "이자도 못 갚아 평생 일해서 산 집도 경매에 넘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 다단계 코인 사기 피해가 전국에 속출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주로 활동한 다단계 코인 사기 업체가 전국에 센터를 세우고 투자자를 끌어모으면서 은퇴·노후자금을 잃어버린 피해자만 수만명이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모처에서 불법 다단계 피해자 모임이 열렸다. 모임에 참석한 투자자 20여명은 '가상통화', '블록체인'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50~70대로 지난해 중순부터 최근까지 사기 코인에 투자했다가 돈을 잃은 사람들이다.

피해 투자금은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이다. 주로 노후자금이나 자녀 학비, 결혼자금을 위해 모아둔 돈이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노후 준비가 안 된 서민들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씨(51)는 "태권도를 하는 아들 학비를 마련해 보려고 은행에서 대출 8000만원을 받아 투자했다"며 "사기를 당한 뒤 아들이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는 데 걱정할까 봐 아무 말도 못하고 있다"며 한탄했다.

경남 진주에서 올라온 자영업자 김모씨(60)는 매월 10%씩 이자를 주고 이자를 재투자하는 되감기 투자(복리투자)를 하면 수십배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에 속았다.

김씨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3000만원을 빌려 투자했다"며 "결국 돈을 갚지 못해 최근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땅을 급매로 팔아서 갚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 코인 사기 피해자가 고소를 진행하자 지난 24일 다단계 코인 사기업체 관계자가 보낸 협박 문자. 이 사기업체 관계자는 최근 특정경제가중처벌에관한법률위한(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사진제공=피해자 A씨

피해자 가운덴 대학교수, 은퇴한 증권사 직원, 흔히 '고위험군 투자'에 익숙해 보이는 전문직도 있었다. 이들은 처음에는 사기를 의심했지만 대기업, 주요 금융사들과 제휴를 맺은 계약서를 보고 투자를 결심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모두 위조된 계약서였다.

15년 동안 증권사에서 일한 김모씨(65)는 "증권사 동료 소개로 3000만원을 빚을 내 A코인에 투자했다"며 "동료가 소개해줬고 또 유명 카드회사와 코인 사용 제휴를 맺은 계약서를 보고 속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피해가 늘고 있지만 경찰 등에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에 피해자들이 퍼져있기도 하지만 피해 당사자인 투자자 고소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기 업체가 맞고소를 운운하며 압박하거나 늦게라도 원금을 되찾으리라는 기대를 심어준다는 게 관련자들의 전언이다.

최근 경찰에 사기 업체를 고소한 대학 교수 최모씨(52)는 "고소를 진행하려고 하면 지역 센터장 등 상위 투자자들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을 한다"며 "법을 잘 모르는 투자자가 많아 센터장이 협박하면 고소를 주저하는 투자자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수사과장은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고소를 해주면 수사가 좀 더 빠르게 진행할 수 있지만 막상 투자자를 불러 조사하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원금을 못 찾을까봐 수사를 막는 투자자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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