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주 52시간' 살아보니…"저녁있는 삶" vs "임금 줄어"

이동우 기자, 최동수 기자, 임찬영 기자
2019.06.30 17:29

[주52시간 1년] 전반적인 만족 분위기 속…회사별 임금 감소, 조직문화 차이 극복 필요

[편집자주]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던 회식이 뜸해지고, 칼퇴근에 눈치를 보지 않는다. 반면 수입이 줄어든 근로자나 공장을 탄력적으로 돌리지 못하는 사업주는 불만이 쌓여간다.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1년을 맞은 풍경이다. ‘워라밸’에 한 걸음 다가섰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이동통신회사에 다니는 회사원 안모씨(32)는 최근 새로운 '미드'(미국 드라마) 정주행을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도가 시행되며 시작한 취미 가운데 하나다. 안씨의 회사는 퇴근 시간이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져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 아내와 함께 저녁을 먹는 날도 많아져 사이가 더욱 돈독해졌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최모씨(33)는 종종 점심시간에도 업무를 처리한다. 주 52시간 시행으로 근무시간은 줄었지만, 업무량은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퇴근 시간이면 컴퓨터가 꺼져 야근이 좀처럼 쉽지 않다. 최씨는 "예전보다 더욱 일을 타이트하게 됐다"고 말했다.

주 52시간 근로제도 시행이 직장인들의 근로 행태를 넘어서 삶 자체를 바꾸고 있다. 효율적 업무와 '워라밸'(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일과 생활의 균형) 향상이 이뤄졌다는 분위기다. 회사별 양극화와 임금 감소 부분 등은 개선 과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한 새 근로기준법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에서의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었다. 내년 50~299인 사업장을 비롯해 소규모 기업에도 순차적으로 제도가 도입된다.

중소기업, 영세업자에 앞서 주 52시간을 도입한 대기업 직원들은 대체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가족과의 식사, 취미활동, 학업 등 '저녁 있는 삶'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해운업계에 종사하는 박모씨(36)는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지 오래됐지만, 52시간만큼은 잘 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표이사 처벌 조항이 들어가 실제 근무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저녁 시간이 생기고 퇴근 예상이 가능하면서 필라테스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업무 비효율만 줄여도 주 52시간이 아니라 주 40시간도 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융업체에 다니는 권모씨(28)도 "주 52시간으로 업무 퇴근 이후의 생활을 계획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만족이 높다"며 "임금이 줄어든 부분도 없어서 주변에서도 다들 만족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부 업종·규모별 임금 감소에 대한 우려와 '눈치 주기' 등 뒤처진 조직문화는 주 52시간 시행의 그늘로 지적됐다. 올해 초 지역문화진흥원에서 주 52시간 적용 직장인 65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18.1%가 '수입 감소' 문제가 발생했다고 답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근무하는 박모씨(53)는 "근로시간 자체가 줄어들면서 월급이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며 "지난해부터 차가 많이 안 팔린 영향도 있지만 주 52시간이 변화를 가져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업체에 다니는 김모씨(36)도 "주 52시간이 아닐 때보다 임금이 줄어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며 "기본급이 적은 직장인에게는 52시간이 안 좋을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상황을 고려한 정책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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