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혼전 성관계 금지법'으로 떠들썩

오진영 인턴
2019.10.01 15:54

모든 혼전 성관계 불법으로 규정…외국인도 예외 없어…각지서 반대시위

인도네시아 '혼전 성관계'금지 법안 논란을 다룬 기사. / 사진 = BBC

인도네시아서 결혼한 부부 이외의 '혼외 성관계'를 모두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BBC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국회는 지난달 24일 '혼전 성관계는 불법으로, 1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었으나 인도네시아 전역서 일어난 시위로 연기됐다.

해당 법안에는 '동거는 불법으로 간주해 6개월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의학적 이유나 성폭행에 의한 임신이 아닌 경우의 낙태는 4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형법에서는 배우자가 있는 남녀가 혼외 성관계를 맺은 경우에만 처벌했지만, 보수 성향 무슬림 단체들이 불륜이 아닌 혼전 성관계까지 전면 불법화해달라는 요구에 따라 이번 법안이 발의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7년 9월 26일 발리 아메드 마을. / 사진 = 뉴시스

해당 법 조항이 국회를 통과하면, 인도네시아 국적을 가진 사람 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까지 '혼전 성관계'가 금지된다.

호주 정부는 이미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호주 교민과 관광객들에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국인도 적용받으니 범죄 혐의로 적용받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정부 공식 주의사항을 공지한 바 있다.

신혼여행지나 커플들의 낭만적인 여행지로 알려진 인도네시아의 발리는 비상이 걸렸다. 발리 지방 관광진흥청은 "이번 개정안이 사적인 영역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관광업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수정 요구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사진 = 뉴스 1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 평가받았던 인도네시아가 이처럼 '샤리아(이슬람교의 율법으로, 경전 '꾸란'에 나오는 규칙)'를 직접적으로 적용한 법안을 발의함에 따라 인도네시아 각지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조코 위도도(58·Joko Widodo)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이번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주문하는 청원 참여자수가 이미 56만 명을 돌파했으며, 24일에는 수천 명의 대학생들이 자카르타의 국회 의사당서 타이어에 불을 지르고 경찰에게 돌을 던지는 등 시위를 벌였다. 술라웨시섬의 욕야카르타와 마카사르 등 다른 지역에서도 시위가 발생했다.

위도도 대통령은 결국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번 개정안을 다음 회기로 연장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고, 국회가 이를 승인해 이번 표결은 연기됐다.

연기 결정에도 시위는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전 세계 인권 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을 연기에 그치지 말고, 개정안 발의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며 인도네시아 정부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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