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재직시절 벌어진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실명이 기재된 판결문이 오간 점, 이 파일에 '손준성(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보냄'이라고 표기돼있던 점은 이번 의혹에 검찰이 개입했다는 의심을 증폭시킨다.
검찰이 총선 직전 범여권 인사 11명의 이름이 기재된 고발장을 야당 의원에게 건넨 게 맞다면 중대한 국기문란 사건이다. 정황상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검찰이 움직였다고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고발장에도 "총선에 앞서 신속한 수사를 진행하여 엄히 처벌함으로써 국가와 사회, 피해자 개인들에게 미치는 중대한 해악을 신속히 중단시켜 달라"는 대목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고발을 사주하고 이를 다시 검찰이 수사한다면 사실상 고발장 그대로 수사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결론을 정해놓은 수사에 정치 수사까지. 이번 의혹이 사실이라면 검찰 적폐로 꼽혔던 모든 관행들이 바로 직전 총장 시절까지 그대로 답습됐다는 얘기가 된다.
당사자인 손준성 검사는 6일에도 입장 자료를 내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사건은 항변만으로는 수습되기 어려운 지경이다. 고발장을 전달받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기억이 안난다'고 하는데다가, 관련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고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의혹은 계속 커져가는 모양새다.
검찰에 떨어진 과제는 실제로 손 검사가 고발을 사주했는지, 사주했다면 지시는 누가 내렸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 검찰로부터 고발장이 넘어간게 사실이라면, 누군가 지시한 사람이 반드시 있었을 것이라는게 중론이기 때문에 당시 손 검사 지휘 라인에 대한 확인도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윤 전 총장도 이를 피해갈 수 없다.
이 과정은 검찰 조직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고발사주 의혹이 사실이라면 윤 전 총장 시절 이뤄진 대형수사의 공정성도 흔들리게 된다. 윤 전 총장이 주도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 원전비리 수사, 청와대 선거개입 수사 등 모든 수사가 정치적 의도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검과 법무부는 감찰부서를 동원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 몇몇 시민단체들은 이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조사든 수사든 빠른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당사자들의 메시지가 텔레그램으로 오간 점을 고려하면 증거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증거가 없다'는 결론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국민의힘도 자체 조사를 통해 의혹을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 김 의원이 받았다는 고발장의 처리 과정, 전달자 등을 명확히 확인해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 순리다. 고발장에는 윤 전 총장의 가족을 감싸기 위한 내용도 담겨있다. 검찰 조직을 정치적인, 그리고 사적인 목적으로 움직였다는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서 윤 전 총장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