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분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원래 증상 이외에 다른 증상 있으신가요?"
"겁나고 걱정되는 거 있으시면 언제든 모니터링실에 전화해서 문의주세요."
10일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인 성남시의료원 8층. 헤드셋을 착용한 16명 간호사가 녹색 파티션으로 나뉜 자리를 채우고 재택치료 환자와 통화 중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 환자를 두고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켜는 간호사도 있었다. 한쪽 벽면엔 날짜별로 관리 환자와 신규 환자, 퇴소(재택치료가 끝난 확진자를 칭함) 환자 숫자가 빽빽하다. 전날(9일) 862명이었던 관리 환자는 하루 만에 100여 명 늘어 이날 960명을 기록했다. 한 달도 안 돼 관리 환자가 4배 치솟았지만 간호 인력은 10명 충원됐다. 재택치료 환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한계가 임박한 의료현장에서는 "지금이 최고 피크(정점)다. 제일 힘들게 일하는 한 주가 될 것 같다"는 호소가 나온다.
성남시의료원은 지난달 19일까지만 해도 재택치료 환자 약 250명을 관리했다. 당시 의료원 한계 관리 인원은 약 350~400명으로 어느 정도 여력이 있었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연일 3만~4만명대 확진자가 나오면서 재택치료 환자도 늘었다. 250명 관리 환자는 이제 1000여 명이 됐다. 성남시의료원 관계자는 "최대 300~400명 볼 줄 알고 인원을 배치했는데 960명까지 늘었다"며 "최근 일주일도 안 된 사이 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날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는 17만4177명이다. 총 관리 가능 인원은 18만9000명, 가동률은 92%다. 재택치료 역량이 소진되자 정부는 대책을 발표했다. 위험하지 않은 일반관리군 환자는 별도 모니터링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날부터 60세 이상 등 집중관리군 환자만 의료기관으로부터 1일 2회 진찰받는다.
개편된 재택치료 방침에도 당분간 의료 현장 부담은 지속할 예정이다. 앞으로 입소(재택치료 대상이 되는 것을 의미함)할 환자는 줄어들겠지만 이미 들어와 있는 환자는 모니터링 종료 시까지 계속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성남시의료원은 25명 간호사가 밤낮과 주말없이 3교대로 환자를 돌본다. 지난달 15명이었던 간호 인력이 충원됐지만 여전히 힘에 부친다.
의료원 관계자는 "오늘부터 입소자는 좀 줄어들 수 있으니 다음 주까지, 한 일주일 정도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당장 오늘부터 관리 인원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업무 부담이 완화된다는 건 아직 전혀 와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집중관리군 환자에만 집중하는 게 또다른 업무량 부담이 될 수 있다. 기존에는 일반관리군 환자가 1일 1회, 집중관리군은 2회 모니터링을 받았다. 이제부터 집중관리군 환자만 입소하기 때문에 모든 환자 대상으로 하루 2회 모니터링을 시행해야 한다. 일반관리군과 집중관리군이 섞인 300명 환자를 진료하는 것과 집중관리군으로만 구성된 300명 환자를 보는 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갑작스럽게 바뀐 정부 정책도 의료 현장에 혼란을 준다. 방역당국은 앞서 재택치료 집중관리군 대상자 기준을 △60세 이상 △먹는 치료제 처방받은 자로서 지자체가 집중관리 필요하다고 판단한 자로 발표했다. 그러다 개편된 재택치료 시행 전날(9일) 밤 11시에 대상자 기준을 '처방 받은 자'에서 '투약 대상자'로 변경했다.
역학조사가 늦어지고 재택치료 관리 기관 입소가 늦어지면서 나오는 환자 불만도 의료진이 고스란히 견디고 있다. 전화를 받지 않거나 꺼놓는 등 치료에 비협조적인 환자도 있다. 기초 역학조사 정보 오류가 많아 성별·백신 접종 여부 등을 다시 확인하는 절차도 번거롭다.
의료원 관계자는 "건강 모니터링이 주 업무인데 환자가 의료진에게 건강 모니터링 이외의 얘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것들을 해결해 드릴 수 없을 때 폭언이 나오기도 한다. 간호사들이 사실 전화하는 사람이 아닌데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굉장히 맥이 빠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호사들이 힘들어서 울고 가고 그런다. 밥 먹으러 갈 시간도 없어 며칠을 햄버거, 샌드위치 시켜먹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정책 시행에 보상이 함께 따라와 줘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희생과 헌신만으로는 의료 체계를 끌고 갈 수 없으며 그나마 나오는 보상도 너무 뒤늦다는 지적이다. 의료원 관계자는 "코로나19 격리 병동에서 일하는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다른 직원들도 2년째 일하고 있지만 정부가 감염관리수당을 이제서야 만들어 올해부터 주겠다고 한다"며 "재택치료 정책도 지난해 말부터 시작했지만 보상 체계가 정해진 게 없다. 정책 도입으로 업무를 시작할 때 이런 게 같이 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