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대 입학 시험 대신 봐줄게"...2.7억원 들고 튄 '브로커'

박수현 기자
2022.02.11 05:00
A씨가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대리시험과 부정 취업을 알선해준다면서 피해자들과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 /사진=독자 제공

토익과 수능, 공기업 입사 시험을 대신 봐주겠다며 피해자 36명에게 2억 7000만여원을 편취해 긴급체포된 남성이 다음달 법정에 선다. 이 남성은 약 3년간 브로커를 자처하며 온라인 광고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들에게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돈을 받아챙겼다. 피해자들은 대리 시험을 의뢰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을까봐 신고를 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대 입학, 공기업 취업도 '돈으로'…2억 7179만원 편취한 '가짜 브로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10일 법원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5단독 박수완 판사는 다음달 14일 오전 사기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A씨는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대리시험과 취업 청탁을 알선해준다고 속이고 피해자 36명으로부터 총 87회에 걸쳐 2억 7179만여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인당 적게는 50만원부터 많게는 4200만원까지 수수료를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실제 대리시험은 치러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범행 기간 동안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취업 청탁과 시험 대리응시 브로커를 자처했다. A씨는 온라인 광고를 보고 연락한 각종 시험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토익, 전기기사, 공인중개사 등 각종 시험의 대리 응시와 한국가스공사, 인천공항공사 입사, 서울대학교 입학 청탁 등을 약속하며 사기 행각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토익, 수능, 기사 시험부터 명문대 입학, 공기업 입사까지 '돈만 내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피해자들은 처음에는 반신반의 했지만 대리시험 응시 방법을 자신있게 설명하는 언변에 넘어갔다. 가끔 언론에 보도되는 채용비리, 부정청탁 사례가 A씨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A씨는 피해자들에게 "19년 동안 사고가 없었던 안전한 방법"이라며 "대리 시험을 치는 '선수'가 의뢰인의 이름, 생년월일, 수험번호 등 답안 인적사항을 외우고 들어가 본인의 답안지에 작성한다. 그러면 저희가 의뢰인이 작성한 답안지를 이동 과정 중에 폐기하고 '선수'는 결시 처리해서 고득점을 만들어주겠다"고 설명했다.

대학 입학을 준비하던 B씨도 2018년 9월 서울대에 입학하게 해주겠다는 말에 18차례에 걸쳐 총 2050만원을 입금했다. A씨는 돈을 받은 이후에도 텔레그램 메신저로 매일 같은 시간에 '확인 연락'을 했고, 목소리를 변조해 전화를 걸기도 했다. 그러나 A씨가 약속한 서울대 입학은 이뤄지지 않았다.

A씨는 피해자들이 사기 행각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돈을 받은 이후에도 연락을 이어갔다. 문자나 텔레그램 메신저로 매일 '확인 연락'을 하고, 피해자가 시험을 치른 이후에는 "담당자와 연락이 안 돼서 계획이 실패했다"며 일부 금액을 환불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대포폰, 차명계좌, 음성변조기 사용하며 "절대 안 잡힌다"…결국 법정에

A씨는 범행 내내 경찰에 체포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범행 중에는 신분을 숨기기 위해 여러 대의 대포폰, 음성변조기, 와이파이 공유기 등의 장비를 사용했다. 또 차명계좌나 퀵서비스를 이용해 돈을 받고, 일부 피해자에게 "돈을 내지 않아도 대리 시험을 치르게 해주겠다"며 현금 수거책 역할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 시험을 의뢰한 피해자를 상대로 투자금을 편취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하순에 수능 1등급을 받기 위해 대리 응시를 의뢰한 피해자 C씨가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냐"는 질문을 하자, "이자를 불려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3300만원을 송금받은 혐의도 받는다.

피해자들은 A씨로부터 사기를 당한 뒤에도 취업 청탁이나 대리 시험을 의뢰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을 것을 우려해 신고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고양경찰서에 신고가 접수되며 지난해 6월 긴급체포가 이뤄졌고, 불구속 수사를 받던 A씨는 다음달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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