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시험, 실제로 가능할까…신분증 위조하자 AI로 얼굴확인

박수현 기자
2022.02.12 05:38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리 시험을 알선해주겠다고 속이고 피해자 36명으로부터 2억 7000만원의 수수료를 편취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실제 대리 시험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과거에 실제 대리시험이 치러진 사례는 많다. 시험 주관사들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규정을 강화하는 이유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5단독 박수완 판사는 다음달 14일 오전 사기와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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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대리시험과 취업 청탁을 알선해준다고 속이고 피해자 36명으로부터 총 87회에 걸쳐 2억 7179만여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은 인당 적게는 50만원부터 많게는 4200만원까지 수수료를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토익시험의 경우 의뢰인과 대리시험인이 같은 수험장에서 시험을 본 후 대리시험인이 의뢰인의 인적사항으로 작성된 답안지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대리시험이 가능하다고 유혹했다. 하지만 A씨는 피해자들로부터 수수료만 편취한 뒤 실제 대리시험을 치르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얼굴사진 합성해 신분증 재발급...남의 신분증으로 시험치기도

과거 시험 현장에선 대리 시험을 치르던 수험생이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부산지법은 2017년 6월 업무방해 등 13개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추징금 2040만원을 명령했다. 미국 고등학교에서 유학을 마치고 국내에선 카투사로 군 복무를 마쳐 영어에 능통했던 B씨는 1회당 400~500만원을 받고 대리 시험을 치른 혐의를 받았다.

B씨는 의뢰인과 자신의 얼굴사진을 교묘하게 합성한 사진을 제작하고, 이 사진으로 신분증을 재발급 받아 각종 영어시험에 대리 응시했다. 시험 주관사들이 갑자기 점수가 크게 오른 응시자의 부정 행위를 사후 적발하는 것을 인지하고, 지나치게 점수가 낮은 의뢰인은 시험종류를 변경해 응시하게 하거나 여러번 반복해서 시험을 쳐서 점수를 조금씩 올리는 치밀함도 보였다.

대리 시험이 제보를 통해 사후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4월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C씨는 자신이 병장으로 있던 부대에 자대배치를 받아 적응하던 신병 D씨에게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게 한 혐의를 받았다.

D씨는 부탁을 받고 2019년 11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C씨의 신분증으로 신분 확인을 거치고 수능 시험을 봤다. C씨는 대리 시험으로 얻은 점수로 중앙대에 지원해 합격했다. 그러나 사후제보로 대리 시험 사실이 적발되며 C씨는 형사 고발을 당했고, 대학에 자퇴서를 제출해 제적 처리됐다.

토익은 신분확인 두 번씩, 토익스피킹은 AI 얼굴 인식 시스템 도입

대리 시험을 비롯한 각종 부정행위가 적발되자 시험 주관사들은 규정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가 대리시험을 의뢰하거나 응시한 경우 최대 4년간 응시자격을 정지하고 있다.

토익 시험을 주관하는 YBM 한국토익위원회도 대리 시험이 적발된 수험생에게 4년간 응시 자격을 제한한다. 대리시험을 방지하기 위해 과거 한 번만 확인하던 수험자의 신분을 두 번씩 확인하도록 규정을 강화하기도 했다. 토익스피킹은 2020년 6월부터 AI 얼굴 인식 시스템을 도입해 대리시험을 방지하고 있다.

토익위원회 관계자는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시험장에서 금속탐지기와 전파탐지기를 운용하고, 부정행위 특별 조사팀을 운용해 관련 제보를 받고 있다"며 "부정행위 사전 모의를 방지하기 위해 고사실 좌석을 랜덤으로 배정하고, 수험자 얼굴과 신분증, 접수 사진을 철저하게 대조해 신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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