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직 검사 "민주당 검수완박 법안, 베낀 중국법보다도 못해"

정경훈 기자
2022.04.17 14:29
대검찰청 /사진=뉴시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원 명의로 발의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전면 폐지) 법률안에 대해 "중화인민공화국 형사소송법보다 못하다"는 검찰 내 비판이 나왔다. 개정법률안이 형사소송법상 '검사'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법경찰관'으로 바꿔 경찰의 권한을 비대하게 만들었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신동원 대검찰청 형사3과장은 전날 검찰 내부망에 '현직 법무부장관과 검사 출신 의원 6명도 발의한 오류 투성이 법안'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검수완박 법안을 비판했다. 6명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 김회재·주철현·소병철·조응천·백혜련 의원이다.

민주당은 15일 검수완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일부 개정안)을 의원 172명 명의로 발의했다. 현재 검찰에 남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 대형참사) 수사권을 없애 검찰 수사 기능을 완전 폐지하는 게 골자다. 법이 국무회의에서 5월 초 공포돼 8월 시행되면 검찰은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공무원의 직무 범죄 정도를 수사하게 된다.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범죄는 경찰 등으로 이관된다.

신 과장은 "개정 법률안을 살펴봤다"며 "컨트롤(Ctrl) F로 '검사'를 '사법경찰관'으로 바꾼 것일까요"라고 되물었다. 특정어를 검색할 수 있는 단축키인 'Ctrl+F'를 누른 뒤 검사라는 단어를 찾아 사법경찰관으로 변경한 것 아니냐는 말로, 민주당이 오남용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검찰 권한을 줄인다면서 오히려 경찰을 비대화시킨다는 취지의 비판으로 읽힌다.

신 과장이 문제삼은 부분 중 하나는 형사소송법 제217조다.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을 때 지체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번에 민주당이 발의한 개정안은 제217조의 내용의 다른 부분을 그대로 두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라는 문구를 '사법경찰관'으로 바꿨다. 이에 대해 신 과장은 "사법경찰관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도록 한 이유가 무엇일까요"라는 의문을 덧붙였다.

신 과장은 형소법 제135조도 문제 삼았다. 압수물 처분과 당사자에의 통지를 다룬 규정으로 현행 법은 이를 결정함에 있어 '검사, 피해자,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미리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개정안에는 '검사'라는 단어가 빠졌다. 대신 '사법경찰관, 피해자,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미리 통지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대체됐다.

신 과장은 "공판 단계에서 법원이 압수를 처분함에 있어 이해관계 있는 소송당사자에게 통지하는 규정"이라며 "소송당사자가 아닌 사법경찰관에게, 그것도 압수물을 보관하지도 않는 사법경찰관에게 통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다.

이런 법을 두고 신 과장은 "경찰국가화를 위한 개정안"이라고 했다. 그는 "형소법 개정안 제203조, 제205조를 보니, 경찰의 독자적인 구속기간을 종전 10일에서 20일로 연장한 반면 검사의 구속 기간은 10일로 단축됐다"고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경찰과 검찰의 구속기간은 각각 10일이지만, 검찰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구속기간을 10일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신 과장은 "경찰의 독자적인 구속 기간을 10일 동안이라고 인정하고 있는 것은 일제 강점기 조선형사령에 연원을 두고있다고 한다"며 "이처럼 경찰에게 독자적인 구속 기간을 인정하는 것은 해외 어느 입법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신 과장은 일제가 본토와 달리 '식민지 조선'에서 경찰에게 14일의 구금 권한을 부여했다는 내용이 실린 '주석형사소송법' 제5판을 근거로 제시했다.

신 과장에 따르면 독일 연방공화국 헌법상 경찰은 체포 후 다음날이 종료되면 구금할 수 없다. 미국은 경찰이 체포한 피의자를 48시간 내 치안판사에게 인치하도록 한다. 현재 일본은 경찰의 경우 48시간 내의 체포 권한만을 보유하고 구류 권한은 검사가 전속적으로 보유한다.

신 과장은 "구치소보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열악한 경찰서 유치장에 20일이나 구금돼야 한다는 법안이 21세기 대한민국에 가능한 것이냐"며 "피의자 인권은 안중에도 없이 경찰의 독자적인 구속 기간을 20일까지 연장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다.

이어 "개정안 제208조의2, 제246조의 2에 '의견 청취'라는 생소한 내용이 등장해서 찾아봤다"며 "찾아보니 비슷한 내용이 중화인민공화국 형사소송법 제173조에 있다"고 했다.

중국 형소법 제173조는 '인민검찰원은 사건을 심사하면서 범죄피의자를 신문하고 변호인·당직변호사·피해자·소송대리인의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사건기록에 기재해야 한다. 변호인·당직변호사·피해자·소송대리인이 서면으로 의견서를 제출하는 경우 사건 기록에 첨부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어지는 같은 조의 내용은 '범죄피의자가 죄를 인정하고 처벌을 받으려는 경우 인민검찰원은 범죄피의자에게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는 것과 죄를 인정하고 처벌을 받는 것과 관련한 법률 규정을 고지해야 하며, 다음 각 관의 사항에 대한 변호인·당직변호사·피해자·소송대리인의 의견을 청취하고 그 내용을 사건기록에 기재해야 한다'로 돼 있다.

신 과장은 "그나마 중국 인민검찰원은 '피의자를 신문'씩이나 할 수 있고, 변호사 ,피해자 등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돼 있는데, 이번 개정안은 피의자, 피해자 등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다. 뭐라 할 말이 없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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