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1년' 러시아도 두동강…"스톱 푸틴" vs"서구 책임"

정세진 기자
2023.02.19 18:30

[MT리포트]우크라 전쟁 1년이 남긴 것

[편집자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곧 1년이다. 믿기 어려운 침략 전쟁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세계 경제를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몰아넣었고, 서방국과 중국·러시아의 대립 등 신냉전 체제의 가속을 불렀다. 언제 또 전쟁이 발발할지 모른다는 공포는 전 세계 군비 경쟁에 불을 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꿔 놓은 국제정세와 전망, 기업들과 한국이 직면한 과제를 짚어본다.
지난해 9월 24일 서울 중구에서 재한 러시아인 예브게니 슈테판(52.왼쪽)과 미하일로바 아나스타시야(27.오른쪽)가 반전집회에 참여해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미하일로바 아나스타시야 제공

1년 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결정을 두고 재한 러시아인 사회가 분열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며 반전집회에 나선 러시아인들과 우크라이나 침공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이들이 맞선다.

반전집회에 참여했던 예브게니 슈테판(52)·스타니슬라프 오소브스키(41)·미하일로바 아나스타시야(27)·알렉산드라씨(27)를 지난 17~18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푸틴 대통령의 침공을 지지하는 재한 러시아 단체 관계자과는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테러 위협에도 반전 목소리 못 접는 이유는
지난해 9월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적 동원령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사진=뉴스1

반전집회를 이어가는 이들은 "조국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러시아를 사랑하기 때문에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는 것이다. 오소브스키씨는 "독일에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면 히틀러는 그 자리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인으로 반전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는 않다. 지난해 여름엔 서울 마포구 홍익대에서 반전집회 중인 러시아인들에게 러시아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다가와 욕설을 하며 영상을 촬영해 경찰이 제지하는 일이 있었다. 반전집회에 참여하는 러시아인은 러시아대사관이 자신들의 정보를 수집한다고 의심한다.

러시아에선 당국이 직접 나서 반전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가족들을 상대로 집회 불참을 종용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난해 9월21일 푸틴 대통령이 예비군 부분 징집을 발표한 뒤 대규모 주말 집회를 앞두고 러시아 경찰이 집회 참여 예상자의 집을 점검했다고 한다.

2021년 한국에 온 뒤 반전집회에 꾸준히 참여한 알렉산드라씨는 "당시 경찰의 요구에 따라 내가 러시아에 살고 있지 않다는 서류를 어머니가 작성해야 했다"고 말했다.

지난 여름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반전집회 중인 재한러시아인에게 러시아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다가와 욕설을 하며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예브게니 슈테판 틱톡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전집회에 참여하는 러시아인들은 고국에 돌아가지 못할 각오도 불사해야 할 판이다. 러시아 모스크바 검찰청은 지난해 9월 미허가 시위에 합류하거나 합류를 촉구하면 최고 징역 15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같은 해 2월 푸틴 대통령은 TV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자국민을 '배신자'로 규정하며 국민이 서로의 감시자가 돼 배신자를 신고해달라고 촉구했다.

모스크바 출신의 아나스타시야씨는 "러시아에 있는 친구 남편은 동원령에 징집돼 군에 입대한 뒤 탈영해 연락이 끊겼다"며 "러시아에서는 전쟁에 반대하려고 해도 무서워서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중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우크라이나침공을 반대하는 1인시위 중인 스타니슬라프 오소브스키. /사진제공=스타니슬라프 오소브스키

"러시아엔 어쩔 수 없는 선택, 우크라 전쟁은 서방의 책임"
지난해 서울 명동에서 반전집회 중인 알렉산드라씨(27,오른쪽)와 재한 러시아인. /사진=예브게니 슈테판씨 제공

재한 러시아인 중에는 푸틴 대통령의 선택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한 러시아인 단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에도 러시아인이 많이 살고 있다"며 "인간적이고 정치적인 비극이지만 러시아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에는 서방의 관점에서 보도되는 뉴스가 대다수지만 전쟁의 책임은 서방국가에 있다"고 덧붙였다.

반전집회에 참가해온 슈테판씨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푸틴을 지지하느냐는 러시아에서도 논쟁적인 사안"이라며 "지지하는데 무서워하는 건지 싫어하지만 표현을 못 하는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이 푸틴을 믿고 미국이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탓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에 체류 중인 러시아인은 2만5374명이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반전집회 중인 재한 러시아인들. /사진=사진=예브게니 슈테판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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