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AI에 졌다"…'바둑 최고수' 꺾은 알파고 쇼크[뉴스속오늘]

홍효진 기자
2023.03.09 05:3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이세돌 9단이 2016년 3월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 첫 대결을 펼치고 있다. 이세돌은 이날 알파고와의 1국에서 불계패했다. 사진은 이세돌 9단(오른쪽)과 아자 황 박사(구글 딥마인드 리서치 사이언티스트). /사진=머니투데이DB

흑과 백의 싸움은 난전을 이어갔다. 세계 최강 바둑기사에 도전한 AI(인공지능)는 '1분'마다 칼같이 수를 두며 심리전에서도 앞서갔다. 총 186수가 바둑판을 메웠을 때 승부는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다. 7년 전 오늘, 이세돌은 대국 3시간 반 만에 알파고에 항복을 선언했다.

"인간이 패했다"…이세돌 vs 알파고, 모두가 놀란 '충격패'

2016년 3월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로 전 세계 이목이 쏠렸다. 구글 딥마인드가 제작한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 간 '세기의 승부'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당시 바둑계는 대부분 이 9단의 승리를 점쳤다. 이 9단 역시 승부에 앞서 "5대0으로 이길 확률이 가장 높다고 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대국 중반으로 접어들며 흐름은 뒤집혔다. 딥마인드 직원 아자황의 손을 빌린 알파고는 '성동격서'와 '응수타진' 등의 바둑 기술로 이 9단에 공격적으로 맞섰다. 성동격서란 한쪽에서 소란을 피운 후 다른 쪽을 공격해 그럴듯하게 상대를 속이는 수법을, 응수타진은 행마(바둑돌을 '말'에 비유해 돌을 운용하는 것) 결정 전 특정한 착수(바둑판 위에 바둑돌을 놓는 것)를 통해 상대의 뜻을 먼저 묻는 전략을 말한다. 알파고는 예상을 벗어나는 수를 던지며 이 9단을 몰아붙였고, 이에 이 9단은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알파고는 1분~1분30초 만에 칼같이 수를 두며 심리전에서도 앞섰다. 당시 공식 해설을 맡았던 김성룡 9단은 "알파고는 아무리 당연한 수여도 무조건 한 수를 둘 때 1분은 소모하지만, 1분30초 안에는 무조건 수를 두고 있다"며 "인간은 점점 판이 어려워지면 길게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데 알파고는 그러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장고 끝에 수를 둬도 알파고가 1분 만에 다시 수를 둘 경우, 인간은 자신의 판단을 의심하며 심리적으로 동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이 9단은 대국 시작 3시간 반 만에 알파고에 '항복'을 선언했다. 알파고는 이 9단을 상대로 186수 백 불계승을 거뒀다. 불계승은 상대가 계가하지 않고 기원해 승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후 알파고는 2국에서 211수 흑 불계승, 3국에서는 176수 백 불계승을 거두며 이 9단을 제압했다. 앞서 알파고는 2015년 10월 중국의 판후이 2단과의 대국에서도 5대0으로 승리한 뒤 약 5개월간 모의 대결로 역량을 키워갔다. 이 9단과의 대국 이후 전문가들은 "알파고가 판후이 2단을 이겼을 때보다 더 강력해졌다"고 평가했다.

"인류가 AI를 이겼다" 승부사 이세돌에 무너진 알파고
이세돌 9단이 2016년 3월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알파고와의 네 번째 대국에서 180끝에 불계승을 거둔 뒤 대국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총 다섯 번의 대국 중 네 번째 대결이 펼쳐진 3월13일. 백돌을 쥔 이 9단은 끝내 알파고를 무너뜨렸다. 이 9단은 대국 초중반까지 알파고에 흐름을 내주는 모습을 보였지만 중반 87수에서 알파고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이 9단은 알파고의 다음 수를 예측하며 판을 복잡하게 끌고 갔고, 알파고는 굳이 둘 필요가 없는 '의문의 수'를 연달아 두는 등 실수를 반복했다. 이날 공식 해설을 맡았던 송태곤 9단은 "알파고가 렉(용량 및 처리능력 부족)이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3연패'라는 부담감을 극복한 이 9단은 180수 백 불계승으로 값진 1승을 거머쥐었다. 승리 확정 순간 대국장에서는 AI를 이긴 인간을 향한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날 대국 후 이 9단은 기자회견에서 "한 판을 이겼는데 이렇게 축하는 받아본 건 처음인 것 같다"며 "오히려 3패를 당하고 1승을 하니까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초반은 알파고가 우세했으나 이 9단의 묘수와 복잡한 형세로 이어지면서 알파고의 실수가 나왔다"며 "오늘 이 9단은 다시 한번 대단한 바둑기사임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 9단은 이후 같은 달 15일 열린 5국에서 280수 만에 불계패했다. 이로써 알파고는 이 9단을 상대로 4대1로 최종 승리했다. 그러나 슈퍼컴퓨터 1202대가 연결된 최신 알고리즘 기술의 AI를 순수한 인간의 능력만으로 제압한 만큼, 앞서 이 9단 얻은 한번의 승리는 '특별한 1승'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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