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종사자 '번아웃' 심각… 간호사 10명 중 7명 "이직 생각"

이창섭 기자
2023.06.20 11:14

'2023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발표
보건의료 종사자 70% '육체적으로 지쳤다'

간호사 등 보건의료 종사자 10명 중 7명이 심각한 번아웃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간호사 10명 중 7명 이상은 최근 3개월간 이직을 생각했다. 간호사 1명이 40명 환자를 보거나, 한 의료기관에서 1년에 200명 이상이 일을 그만두는 등 간호사 인력 문제가 심각했다. 간호사를 포함한 보건의료 노동자의 인력 수준 만족도는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건의료노조는 20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200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4만804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0.4%가 '나는 육체적으로 지쳐 있다'고 응답했다. 64.4%는 '나는 정신적으로 지쳐 있다'고 답했다.

'왜 일하냐고 스스로 물으면 월급을 받기 위해서라는 답이 나온다'는 항목에 79.6%가 '그렇다'고 답했다. '자주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느낀다'는 응답이 54.6%였다. '내일 출근하기 싫다'고 답한 응답자는 64.5%였다.

현재 인력 수준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6.7%에 불과했다. 업무량과 노동강도에 만족한다는 응답도 40.2%에 불과했다. 간호사의 경우 인력 수준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22.8%로 더 낮았다.

최근 3개월 동안 이직을 고려한 경험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66.0%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간호사는 최근 3개월간 이직을 고려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74.1%에 달했다.

이직을 고려한 1순위 이유로는 열악한 근무조건과 노동강도가 38.5%로 가장 많았다. 낮은 임금수준(32.5%), 직장문화 및 인간관계(6.0%), 임신·출산·육아·가족돌봄(4.1%)이 뒤를 이었다.

보건의료 노동자의 근무 조건도 열악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인 50.5%가 한 주에 한 번 이상 식사를 거른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약 10%는 주 5일 근무하는 동안 한 차례도 밥을 먹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산별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6.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업무량도 과중했다. '담당하는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도 처리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54.7%로 과반이었다. '업무량이 근무 시간 내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다'고 응답한 비율도 38.5%였다. 응답자의 42.6%는 '담당하는 업무 범위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간호사의 부족한 인력 현실은 보건의료노조가 올해 3월, 31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례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야간병동에서는 간호사 1명이 최대 40명의 환자를 돌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31개 의료기관 중 1년간 228명의 간호사가 일을 그만둔 곳도 있었다.

보건의료노조는 보건의료 노동자의 열악한 근무실태 사례도 공개했다. 공개된 실제 사례들은 △야간 당직 시 혼자서 여러 가지 업무를 한 번에 처리해야 하므로 응급상황 발생 시 업무 처리가 어렵다 △약사 부족으로 주말 당직 근무를 최대 12일 연속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간호사 사직자가 워낙 많아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많을 때는 한 달에 20명이 사직한다 △건강상 이유로 병가를 내야하는데 병동에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병가가 잘리는 경우가 있었다 등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만성적인 보건의료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충분한 인력 확충 △직종별 적정 인력 기준 마련 △간호사 1명당 환자 5명 기준으로 간호등급제 개편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인력 배치 기준 상향 △의사 인력 확충과 불법의료 근절 △직종 간 업무 범위 명확화 등을 요구했다. 오는 7월13일 요구안 관철을 위해 총파업 투쟁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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