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6일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을 부결하면서 후보자조차 없는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가 현실이 됐다. 노태우 정부 당시인 1988년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 부결 이후 35년 만이다. 지난달 24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임기가 만료된 이후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12일째 이어지고 있다.
헌법상 대통령이 새 후보자를 지명하면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 동의안을 가결해야 하는 만큼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최소 한달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달 10일부터 27일까지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의 극한대립이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 부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새 후보자 임명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하면 오는 11월10일로 예정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임기 만료와 맞물려 사법부를 대표하는 대법원과 헌재 수장이 모두 공석인 헌정 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재소장 역시 대법원장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후보자를 지명하면 국회에서 임명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한다. 헌재소장 후보자는 2017년에도 한차례 국회에서 임명 동의안이 부결된 적이 있다. 다만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이 모두 공석인 적은 지금껏 한번도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시기상으로는 임기가 한달여 남은 지금부터 후임 헌재소장이 물망에 오르고 세평이 나올 때인데 대법원장 공백 사태에 밀려서인지 이름도 거론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법조계 인사는 "대법원장 임명 문제가 정치 현안이 된 이상 헌재소장까지 초유의 대법원·헌재 수장 공석 사태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원장 공석이 길어지면서 재판 지연 사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대법원만 해도 대법원장이 공석인 상황에서는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 전원합의체 진행이 어렵다. 대법원 심리·선고가 늦어지면 하급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신임 대법원장 체제에서 추진하려던 사법혁신이나 내년 1월 1일 퇴임하는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과 민유숙 대법관 후임 제청 절차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법원장 공백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라며 "재판 지연으로 가뜩이나 고통받는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신속하게 재판 받을 국민의 권리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치권이 후속 논의와 협의에 머리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총 투표수 295명 중 가 118표, 부 175표, 기권 2표로 부결했다. 전체 의석의 과반인 168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