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는데 음식값을 막 올리기는 어렵잖아요. 우리같은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출고가가 올랐을 때 소줏값을 올려받을 수밖에 없어요. 다른 가게들이 덩달아 올리니 욕도 덜 먹고요. 이렇게라도 식자재값 펑크를 메꿔야죠."
2일 오전 11시쯤 서울 송파구 방이동 먹자골목의 한 횟집에서 만난 사장 김모씨(60대)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소주)가격을 올릴 때마다 손님들 눈치가 보인다"면서도 "뉴스에서 얘기가 나올 때 올려야 한다. 뒤늦게 올리면 왜 또 올렸냐는 항의가 빗발친다"고 했다. 현재 이 식당은 소주 한 병에 5000원, 맥주 한 병에 6000을 받고 있지만 다음주부터 소주 가격을 6000원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강남구 신사동의 한 선술집 사장은 고민이 깊었다. 사장 김모씨(30대)는 "소주 1병을 6000원에 판매하다가 지난 2월 7000원으로 한 차례 인상했다"며 "상권 특성상 임대료가 비싸고 주변 업장도 가격을 올린다고 해서 같이 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님들이 사케를 마시고 마지막으로 소주를 주문할 때 7000원이라는 가격에 놀란다"며 "손님들이 사케 가격에는 민감해서 사케 가격은 건드릴 수 없다. 요새 분위기에 따라 소주를 500~1000원 정도 한 차례 더 올려야 하나 싶지만 반발이 심할 것 같아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손님이 끊길까 소줏값 인상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자영업자들도 있었다. 방이동 먹자골목에서 6평 남짓의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이영선씨(60대·여)는 "소주 출고 가격 올린다는 공지를 봤지만 당장은 5000원에서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식당은 국밥 한 그릇에 소주 한 병 곁들이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며 "국밥 보통 크기를 8000원에 팔고 있는데 소주를 6000원으로 올리면 손님들이 비싸다고 느껴 발길을 끊을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9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의 출고가를 6.9% 인상한다. 이에 따라 참이슬 360mL의 출고가가 1166.6원에서 1247.7원으로 81.1원 오를 예정이다.
소주 가격 인상은 지난해 2월 이후 약 1년8개월 만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이 주된 원인이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소주 주원료인 주정의 가격이 지난해 2월 대비 10.6%, 병 공급 가격은 21.6% 올랐다.
통상 주류의 출고가가 몇십원 단위로 오르면 식당과 주점에서 판매하는 주류의 가격은 1000원씩 인상된다. 지난해에도 소주 1병당 출고가가 85원가량 상승하면서 식당의 소줏값은 4000원에서 5000~6000원으로 올랐다.
식당·주점 소주 가격의 인상 폭이 큰 이유는 유통 구조 때문이다. 주류 유통은 '주류제조사→주류 취급 면허 취득 전문 도매상→소매점→소비자' 순으로 공급된다. 도매상은 유통 과정에서 마진을 붙인다. 그러면 최종판매가는 병당 300~500원가량 높아진다.
소비자들은 소줏값 인상 소식에 크게 반발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공사장 인부로 일하는 백대관씨(60대)는 "소주 가격이 6000~7000원으로 인상된다면 '소줏값이 밥값'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한 게 현실이 되겠다"며 "무서워서 사 먹겠냐"고 말했다.
송파구에 사는 대학생 이모씨(20대·여)는 "강남·홍대 등 번화가는 이미 병당 6000원을 받는다"며 "7000원으로 오르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가뜩이나 젊은 세대들 사이 소주 인기가 높지 않은데 7000원 소주가 등장한다면 더더욱 와인, 위스키 등 다른 주종으로 갈아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