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명의 생명을 앗아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두고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는 가운데, 조류가 엔진에 충돌하기 전에 이미 랜딩기어에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김인규 항공대 비행교육원 원장은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랜딩기어가 안 나온 상태에서 착륙한 게 사고 원인"이라며 "기계적인 결함인지 조종사의 절차 미숙인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격자들이 찍은 영상에서 착륙 직전 여객기 오른쪽 엔진에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에 대해서는 "조류 충돌로 볼 수 있는 근거"라며 "조류 충돌이 발생했다면 영상 속 시점이 맞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착륙하려면 랜딩기어가 나와 있어야 하는데, 영상에서는 안 나와 있다"며 "이미 랜딩기어가 들어가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조류 충돌로 인해 랜딩기어가 안 나왔다'고 연결 짓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새가 엔진에 충돌했다고 해도 다른 쪽 엔진으로 랜딩기어를 펴지 못한 것이 의아하다며 "랜딩기어를 구동하는 동력은 엔진 구동에 의해 생성된다. 한쪽 엔진이 작동하지 않아도 백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사고 직전 기장이 랜딩기어를 수동으로 내릴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거나 기체에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엔진 화재로 발생한 유독가스가 기내 유입돼 동체 착륙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항공기가 유턴하듯 180도 돌아서 정상적으로 활주로 센터 라인에 착륙하는 걸 보면 아주 급박하게 조종실 내에 연기나 유독가스가 차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에서처럼 바다에 착륙했으면 피해가 적었을 거라는 의견이 나왔다. 2009년 1월 15일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한 US 에어웨이스 1549편은 이륙 2분 만에 새 떼와 충돌해 양쪽 엔진이 모두 고장 났지만, 조종사인 설리 기장이 맨해튼 허드슨강에 무사히 착수시켜 탑승자 155명이 전원 생존했다.
김 교수는 "설리 기장이 정상적인 활주로에 내릴 수 있었다면 반드시 거기 내렸을 것"이라며 "갈 수 있는 여력이 안 됐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판단해서 허드슨강에 어쩔 수 없이 내렸던 거다. 내릴 수 있는 활주로가 있다면 거기 내리는 게 맞다. (제주항공) 기장도 활주로에 내리는 게 최우선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사고를 당한 제주항공 7C2216편의 기령(비행기 사용 연수)은 약 15년 4개월로 전해졌다. 김 교수는 "노후 항공기라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통상 20년부터 노후 항공기로 분류한다"며 "기령보다는 주기적으로 정비를 잘해왔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의 여객기 한 대당 월평균 구동 시간이 다른 항공사들보다 많은 것에 대해서는 "항공기는 인터벌을 짧게 할수록 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며 "법적으로 정해진 시간은 지키겠지만, 반복되다 보면 정비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분명할 것"이라고 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지난 29일 오전 9시3분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했다. 탑승객 181명(한국인 173명·태국인 2명·승무원 6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하다 활주로 외벽에 충돌, 화재가 발생해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3차 중앙재난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정부는 (2025년) 1월 4일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다"고 밝혔다. 사고 현장과 전남, 광주, 서울, 세종 등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가 설치되며 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들은 조기를 게양하고 공직자들은 애도 리본을 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