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줄이는 EMAS, 국내 공항엔 없어…"사고기 전원 셧다운" 주장도

이정혁 기자, 조성준 기자
2024.12.31 10:22

[무안 제주항공 참사]

2010년 미국 찰스턴 예거 공항(Charleston-Yeager Airport)에서 항공기가 이마스(EMAS)에 멈춘 모습. 사진 미국연방항공청(FAA)

참사 항공기의 동체착륙 과정에서 속도를 줄여줄 '플랩'과 엔진 역추진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항공기의 강제 제동을 위해 활주로에 설치되는 'EMAS'(활주로 이탈 방지 시스템)이 설치돼 있지 않은 점도 사고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랜딩 기어가 내려지지 않은 것을 두고 전원 셧다운 주장도 나온다.

◇EMAS 미설치 참사 키웠나

31일 정부,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 공항에는 EMAS의 설치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나 사고 대비가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EMAS는 항공기가 제대로 멈추지 못하고 활주로를 벗어나는 '오버런'(overrun) 피해를 줄이고 항공기를 안전하게 멈추기 위해, 일부 구간의 활주로에 부드러운 모래나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보도블록을 만들어 속도를 줄이는 설치물이다. EMAS 구간에 항공기가 진입하면 늪에 빠진듯 급격히 속도가 줄어들어 제동을 하게 된다.

2010년 1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찰스턴 예거공항에서 보잉 737-700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했으나, 이마스 덕분에 안전하게 정지했고, 3년 뒤인 2013년 7월엔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서 사우스웨스트항공 345편 보잉 737-700 항공기가 착륙중 활주로를 이탈했지만 EMAS를 통해 큰 피해 없이 멈춰섰다.

국내 공항에는 EMAS가 제대로 갖춰진 곳은 없다. 정부는 2025년 개항할 울릉공항에 EMAS 설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가 불의의 사고나 원인불명의 이유로 활주로에서 오버런했을 때 항공기가 EMAS에 진입하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어 매우 필요한 시설"이라며 "비상착륙시 빠른 속도로 달리더라도 EMAS에 들어오면 수십m 안에 상당 부분 제동이 돼 속도가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플랩 미작동...엔진 작동 어려운 상황이었던듯

착륙 과정에서 속도를 줄이는 장치인 '플랩'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항공기의 사고 영상을 보면 동체착륙 과정에서 날개 부분에 부착된 플랩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플랩은 오른쪽 엔진과 연결돼 있고 오른쪽 엔진이 고장났을 경우 왼쪽 엔진과 연결된 동력전달장치가 유압을 공급해 작동한다. 하지만 기기 이상으로 왼쪽 엔진마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당시 양쪽 엔진에 심각한 손상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결과적으로 플랩이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엔진 이상으로 엔진 역추진 장치 역시 작동하지 않아 사고를 키웠다.

◇전원 셧다운으로 랜딩 기어 미작동 가능성

일각에서는 전원 셧다운으로 랜딩기어 등이 작동하지 않아 동체 착륙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토교통부는 조종사가 조류 충돌 직후 메이데이를 3번 외친게 처음이자 유일한 조난신호였다고 밝혔다.

1차 착륙 시도때는 랜딩기어가 내려왔지만 선회를 하는 과정에서 엔진이상과 유압계통 이상이 발생해 항공기 제어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이에 대해 "사고기가 착륙하던 중 전원이 셧다운된 게 아닌가 하는 주장도 있다"며 "여러 추정 중 하나로 정확한 것은 자료를 추출해서 더 분석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항공기 전원 셧다운은 확인되지 않았고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조사하면서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공기에는 배터리 2개가 장착돼 있다. 엔진 2개가 다 나가서 유압과 전기가 사라지더라도 배터리로 최소 조종할 수 있는 기능을 유지토록 설계가 돼 있다. 전원 셧다운 메시지가 들어오면 예비 전력이 작동하지만 랜딩 기어가 작동할 정도로 충분치는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전문가들은 풀리지 않는 핵심 의문들이 블랙박스 판독으로 확인될 것으로 본다. 국토교통부도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는 블랙박스를 통한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전 사고 항공기 블랙박스를 김포시험분석센터로 보냈다. 다만 FDR(비행기록장치) 일부가 훼손돼 해독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는 손상된 블랙박스를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로 보내 조사를 맡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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