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증인 신문) 시간 1분50초만 직접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이 열린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는 윤 대통령의 충암고 4년 후배이자 서울대 법대 4년 후배인 이상민 전 행정안정부 장관이 증인석에 섰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번과 같이 남색 정장에 빨간 넥타이를 하고 가르마를 탄 머리를 한 채 자리에 앉았다. 오전 10시42분쯤 짙은 회색 정장을 입고 주황색 넥타이를 맨 이 전 장관이 심판정에 들어왔다.
이 전 장관이 입정한 직후 윤 대통령은 재판부에 검찰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었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을 한동안 바라봤다.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에 절차적 흠결이 없었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을 이 전 장관에게 주로 던졌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님이라면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등의 말을 하며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증언을 이어갔다.
이 전 장관의 증언을 듣던 윤 대통령은 이따금씩 고개를 끄덕였다. "국회의 무차별 탄핵 남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동시다발로 탄핵당하는 상황에서 국정이 마비되지 않는 게 신기하다고 생각했다"는 등의 말이 나올 때였다.
이날 증인 신문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일부 언론사에 대한 단전 및 단수 지시를 했다는 의혹도 다뤄졌다.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받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이 전 장관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 때부터 분주해졌다. 윤 대통령은 약 11시45분부터 2분에 한 번꼴로 옆자리 이동찬 변호사에게 고개를 숙이고 말을 건넸다. 지시를 받은 이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윤 대통령 말을 받아적었다.
국회 측이 "단전 및 단수 자체가 현실적으로 행정안전부에서 하기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국회를 포함해서 그 불가능한 것을 하려고 했던 게 피청구인(윤 대통령) 본인이다"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보였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채로 웃으며 잠시 천장을 응시했다. 그 뒤 입술을 꽉 깨문 채로 이 전 장관을 바라봤다.
증인 신문 말미, 비상계엄 선포의 적법성에 대한 증언이 이어지던 중 윤 대통령은 갑작스럽게 "남은 시간 1분50초만이라도 직접 물어봐도 되겠냐"며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재판부는 대리인단을 통해 말하라며 제지했다. 이후 이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하는 것을 와이프(김건희 여사)가 알면 화낸다'는 말을 했다"는 증언을 하자 윤 대통령은 잠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 전 장관의 증인 신문이 끝난 후 발언 기회를 얻어 "저는 의석수 100석 조금 넘는 의석을 갖고 어떻게든 야당을 설득해서 뭐라든 하려고 했는데 이 문명국가에서 그간 보지 못한 줄탄핵은 대단히 악의적이었다"며 "대화, 타협이 아니고 정권 파괴가 (야당의) 목표"라고 큰 목소리로 말했다.
한편 이날 변론기일엔 이 전 장관을 비롯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등이 증인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