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한적한 주택가, 수갑과 서류를 손에 쥔 남성 4명이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눴다. 징역·금고형을 선고받고 도주한 '자유형 미집행자'(이하 미집자)를 검거하기 위해 작전을 짜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다.
수사관들이 잡으려는 범죄자는 전과 16범인 전직 헬스트레이너 이모씨(29). 과거 감금·사기·상해·주거침입 등 혐의로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이씨는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지난 1월 징역 6개월 실형이 확정된 뒤 잠적했다. 이씨는 전 여자친구를 상대로 수억원대 사기 범행을 저지른 혐의로 수배도 내려진 상태였다.
"안에 있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문 여세요. 안 열면 강제 개방합니다. 3분 드립니다."
이상경 검거팀장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렸다. 아무 대답이 없자 이 팀장은 문을 수차례 더 두드렸다. 그는 "문을 안 열면 경찰을 불러서 문을 뜯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굳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았다. 수사관들의 표정도 굳었다. 한 수사관이 삼단봉과 전기충격기를 꺼냈다. 동행한 기자에게 "흉기를 들고 나올 수도 있으니 긴장하라. 이제부터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척은 여전히 없다. 이 팀장은 이씨의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씨가 스스로 문을 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설득했다. 다시 문을 보고 "10분 정도 대기했다. 이제는 정말로 문을 개방하겠다"고 외쳤다. 이후로도 대치는 약 10분간 지속됐다. 결국 이씨가 문을 열었다. 수사관들이 빠르게 진입했다. 원룸 안은 담배 연기와 라면 냄새가 뒤섞였다. 수사관들을 마주한 이씨는 수염이 덥수룩했다. 그는 고양이를 안고 서 있었다.
수사관들은 이씨에게 체포 사유를 설명하고 수갑을 채운 뒤 서울동부구치소로 이송했다. 체포된 이씨는 구치소로 향하던 중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내일부터 면회를 올 수 있다. 이제 들어가면 연락이 안 된다. 보고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씨가 구치소로 들어가는 모습까지 본 이 팀장은 긴장이 풀린 듯 흡연구역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이 팀장은 현장에서 자칫 동료들이 다칠까봐 늘 걱정이라고 했다.
이 팀장은 "상대방을 흥분시키면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나오도록 최대한 잘 타일러야 한다"며 "강하게 나갈 때와 약하게 나갈 때를 잘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을 강제 개방하는 상황은 최대한 피하려고 한다"며 "문을 뜯고 들어갔는데 체포 대상자가 집에 있던 흉기로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수사관에게 휘두르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오전 9시쯤 현장에 출동한 검거팀이 사건을 해결하고 서울중앙지검으로 복귀한 시각은 오후 1시40분. 다른 부서 직원들은 이미 점심 식사를 마친 뒤였다. 이 팀장은 "현장 검거가 길어지면 차 안에서 컵라면이나 빵으로 끼니를 때운다"며 "오늘은 사실 굉장히 빨리 끝난 편"이라고 했다.
검거팀은 미집자들을 집요하게 추적해 검거, 시민 안전을 확보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물리적 위험에 처할 때가 많지만 사용할 수 있는 무기는 삼단봉과 전기충격기가 전부다. 이마저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검찰 수사관은 검사의 각종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데 살상 무기 등을 사용할 법적 근거가 미비해서다.
이 팀장은 약 5시간 함께 한 기자에게 마지막으로 "검거 과정에서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늘 긴장 속에 일하지만 범죄자들이 형을 제대로 받게 하는 일이라서 보람이 크다. 일을 잘 마무리하면 뿌듯하다"며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