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이틀 전 헌재 앞 '진공화'… 23일째 숙식 농성자도 "짐 싸요"

김미루 기자
2025.04.02 15:12
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틀 전인 2일 경찰이 헌재 주변 진공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왼쪽) 헌재 인근에 불법으로 설치돼있던 천막이 이날(오른쪽) 모두 철거된 모습. /사진=김미루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틀 전인 2일 경찰이 헌법재판소 주변 진공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헌재 출입문 왼편 인도에 설치된 천막은 모두 사라졌다. 천막 아래에서 1개월 가까이 단식 농성을 이어가던 이들은 짐을 싸기 시작했다. 불법으로 설치된 천막은 모두 철거됐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출입문 왼편 헌재 외벽과 경찰 차벽 사이 2m 폭 인도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 13명가량이 머물렀다. 이들은 '릴레이 단식 24일 차' '단식 농성 28일 차' 등 팻말을 두고 바닥에 앉았다. 윤 대통령 지지 단체인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은 이날까지 이들을 철수시키고 헌재 인근 100m를 비우겠다고 했다.

23일간 농성장에서 잠을 잤다는 한 여성은 이날 오후 핫팩 수십개와 거울, 돗자리 등 생활용품을 가방에 챙겨 넣었다.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기각을 기원하는 기도회가 진행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했지만 국민변호인단 관계자와 경찰이 와 "오늘 중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설치 자체가 불법이었던 천막은 전날 밤까지 모두 자진 철거됐다. 전날 선고기일이 지정된 뒤 경찰이 헌재 인근 100m를 진공 상태로 만들겠다고 통보하자 국민변호인단 등은 단계적으로 천막을 철거했다.

천막이 사라진 자리에 여전히 단식 농성을 이어가던 여성 9명가량은 'STOP THE STEAL' 이 적힌 빨간 색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 등을 착용한 채로 앉아 있었다. 이날 저녁 안국역 일대에 비가 올 것으로 예보되면서 철수한 뒤 안국역 5번 출구 인근으로 이동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도 있었다.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 경계도 강화되고 있다. 헌재 담장 위로는 철조망이, 길목마다 차벽과 차단막이 설치됐다. /사진=김미루 기자.

탄핵 반대 진영은 대규모 집회가 아니라면 헌재 앞에서도 모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헌재 인근에서 사실상 집회를 벌여왔다. 집회가 아닌 기자회견, 도서전달식을 명목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지난달 15일 천막이 설치될 때 종로구가 도로법 제75조3항에 따라 불법이라고 사전 계도했지만 18일간 천막이 설치돼 있었다.

경찰은 물리적인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전날 오후 1시부터 헌재 인근 100m에서 기자회견도 불허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단식 농성을 이어가는 이들에 대한 강제 이동 조치는 하지 않았다. 또 회사 사원증이나 신분증을 여러 차례 확인한 뒤 길을 터주고 있다.

주변 경계도 강화되고 있다. 헌재 담장 위로는 철조망이 설치되고 기동대 인력이 배치됐다. 헌재 건물 옆과 뒤를 두르고 있는 북촌로1길에도 경찰버스 차벽이 설치됐고 길목마다 투명 차단막이 설치됐다. 관광객이나 일반인들 이동도 통제하고 있다.

지하철 안국역 출구도 일부 폐쇄됐다. 안국역 내부에 이날 "탄핵 관련 집회로 안국역 1~3번 출구를 폐쇄했다"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1~3번 출구에는 질서유지선을 두르고 경찰이 통행을 금지하고 있어 통과가 불가능하다.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 경계도 강화되고 있다. 안국역 2~3번 출구에 질서유지선이 둘러진 모습. /사진=김미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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