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은 전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 이유는 오늘날 청소년들이 공유하는 문화코드가 기성세대인 부모와 교사들에게는 해독 불가능한 암호처럼 느껴져서다. 동시에 청소년문화 속에 깊이 뿌리 내린 사회적 소수자 혐오는 오래된 것이자 익숙한 것이라는 점도 알게 됐다. 사회적 소수자란 단순히 수적 적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발언권과 의사결정권을 제대로 갖지 못하는 이들을 말한다.
오늘날 청소년문화를 이해하려면 디지털공간 생태계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디지털공간 속 청소년들은 밈과 챌린지, 댓글, 짤 등의 방식으로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문화를 체득해 디지털폭력과 학교폭력 등을 낳고 있다. 디지털공간은 이를 놀이와 유머의 형태로 가볍게 소비하게 할 뿐 아니라 자극적 쾌락으로 강렬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가볍게 소비하기에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며 강렬한 쾌락으로 경험하기에 반복하게 만든다. SNS(소셜미디어) 혐오문화는 단기적 폭력양상을 일으키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앞으로 그들이 주도할 미래사회의 존재양식과 가치체계에 엄청난 왜곡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매우 문제다.
부모와 교사들은 청소년들이 디지털 생태계에서 사용하는 언어와 문화코드, SNS에서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 등을 알아나가는 학습자로서의 열린 태도를 지녀야 한다. 권위적 언어와 도덕적 금지의 방식으로는 놀이처럼 퍼진 사회적 소수자 혐오적인 디지털문화에 대한 청소년들의 참여를 결코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의 디지털 감수성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해나가는 문화적 감수성을 배양하며 이를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교육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등의 공동지원을 통해 부모와 교사들에게 체계적으로, 주기적으로 제공돼야 한다. 최신 디지털문화에 대한 연구와 정책들에 대한 정보를 부모와 교사들에게 제공하는 전문적 지원프로그램도 마련돼야 한다. 그들이 디지털 생태계에서 청소년의 동반자로 거듭나도록 해야 한다.
청소년을 단순히 개도나 처벌의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그 누구보다 디지털 생태계에 정통한 이로 인정함으로써 그들의 노하우와 감수성을 통해 폭력적 디지털문화를 개선해나가는 변화의 행위자로서 역할을 학습하게 해야 한다. 청소년 주도의 디지털문화 개선 프로젝트 활성화는 물론 청소년이 주체가 돼 디지털폭력 예방대책에 대한 정책제안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자신이 살아가는 이 세계의 편견과 차별적 구조의 일부가 되지 않도록 하는 책임감을 부여하고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해나가는 작은 실천들이 어떠한 변화의 파장을 일으키는지를 스스로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소년의 시간을 함께 건너는 방법이다
윤김지영 국립창원대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