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및 건물을 매입해 사찰을 만들고 주지가 돼 사찰을 운영했다면 관련 자금은 개인의 것이고, 주지 사망 후 사찰 관계자가 관련 계좌에서 자금을 마음대로 사용했다면 횡령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횡령죄 등의 혐의를 받은 B씨 등에게 횡령죄 무죄와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단을 내린 원심 판결의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8일 밝혔다.
주지 스님으로 사찰을 운영해오던 A씨가 사망하자 A씨를 이어 주지 스님이 된 B씨와 A씨의 지시에 따라 관련 계좌를 관리했던 C씨는 관련 자금을 사용해 횡령죄로 재판을 받게 됐다. 2022년 3월 B씨와 C씨는 이미 사망한 A씨 은행 계좌에서 1500만원은 수표로 출금했고 2억3500만원은 B씨 명의 다른 계좌로 이체해 합계 2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다.
A씨는 개인자금으로 사찰 건물 및 부지의 소유권을 취득했고 본인 개인 명의로 소유권 등기를 마쳤다. 개인 사찰의 경우 그 소유권은 창건주에게 귀속되므로 사찰 관련 건물 및 부지를 판매한 대금도 A씨의 소유가 된다. A씨가 사망한 후라면 상속인에게 넘어가야 한다. 그런데도 B씨와 C씨는 사찰 운영에 필요한 관련 계좌의 통장과 현금카드 등을 가지고 있다가 이를 임의로 출금하면서 문제가 됐다.
쟁점은 B씨와 C씨에게 법적으로 횡령죄를 저지를 만한 위탁관계가 인정되는지였다. 횡령죄에서의 위탁관계는 사용대차, 임대차, 위임 등의 계약과 사무관리, 관습, 조리, 신의칙 등에 의해서 성립될 수 있다.
1심 법원은 이와 같은 위탁관계를 인정하고 이들에게 횡령죄 유죄 판단을 내렸지만 2심 법원은 횡령죄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법원이 횡령죄를 무죄 판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횡령죄에 있어서 위탁관계는 '조리 또는 신의성실 원칙'에 따른 것도 인정된다면서 이들이 따로 계약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횡령죄의 위탁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심이 A씨가 이들과 자신이 사망 후 자금을 관리해 달라는 등의 계약을 하지 않았다며 횡령죄를 부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보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