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상환수수료는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지 않아 같은 법의 최고이자율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간주이자란 예금, 할인금, 수수료, 공제금, 체당금, 그 밖의 명칭에도 금전의 대차와 관련해 채권자가 받은 것은 이자로 본다는 개념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대법원장 조희대)는 18일 원고가 피고에게 이자제한법에서 정한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받은 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다시 판단하라고 돌려보냈다.
중도상환수수료를 간주이자로 보고 이를 포함해 이자제한법의 최고이자율을 적용시켜야 하는지가 쟁점이었다. 계약상 이자가 최고이자율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 부분은 무효로 처리된다.
대법원은 "중도상환수수료는 금전대차의 대가로 보기 어려우므로 이는 간주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채무자의 기한 전 변제로 인한 손해에 관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본래적 의미의 금전대차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중도상환수수료 약정은 돈을 미리 갚을 경우 그 손해와 손해액 증명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놓은 것으로 금전대차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면 최고이자율이 적용되고 형사처벌로 직결될 수 있으므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면서 "중도상환수수료가 대부업법에 따른 간주이자에 해당한다고 본 다른 대법원 판결은 대부업법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으로 이자제한법이 문제되는 이 사건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은 대출을 제공하는 주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이자제한법은 개인 간의 대출에, 대부업법은 대부업체 등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대출에 적용된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 A씨와 금융자문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피고 B사(피고 A씨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로부터 68억원을 대출받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르면 원고가 조기상환하는 경우 상환한 금액의 1%에 해당하는 돈을 중도상환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피고 B사는 원고에게 대출금 68억원에서 선이자 등을 공제한 약 55억원을 지급했다. 원고는 변제기 전 대출금 68억원을 전부 상환하면서 중도상환수수료로 약 28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대출 계약에 따른 68억원의 1%인 6800만원보다 적은 금액이었다.
이에 원고는 피고 B사를 상대로 이자제한법에서 정한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받은 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했다. 또 피고 A씨와 그 직원인 피고 C씨를 상대로는 피고 B사의 이자제한법 위반행위에 가담한 불법행위책임을 이유로 같은 금액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원고가 피고 B사에 지급한 중도상환수수료는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최고이자율 제한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원심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해 최고이자율 제한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본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고 원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과거 중도상환수수료가 대부업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므로 대부업법상 최고이자율 제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하지만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해 같은 법의 최고이자율 제한 규정이 적용되는지에 관해서는 판례가 없었다.
개인 간의 대출에 적용되는 이자제한법에 따라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최고이자율은 연 25%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해진다. 2025년 7월22일 이후 현재는 연 20%로 적용된다.
이번 판결은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최초의 판결이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자제한법에 따른 간주이자에 해당하려면 금전대차의 대가로 볼 수 있어야 하나 대법원은 금전대차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대부업법 관련 판례는 이자제한법과 구별되는 대부업법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므로 이 사안과는 구별해야 한다고 봤다. 중도상환수수료를 이자제한법상 간주이자로 본다면 일률적으로 최고이자율 제한이 적용되고 이에 따라 과도한 사적 자치의 제한이 있을 수 있어서다. 개인간 대출 거래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