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소주에 농약 탔나" 청송서 1명 사망...조사 앞둔 주민은 음독자살[뉴스속오늘]

"누가 소주에 농약 탔나" 청송서 1명 사망...조사 앞둔 주민은 음독자살[뉴스속오늘]

김소영 기자
2026.04.03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6년 3월9일 경북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회관에서 농약이 든 소주를 마시고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뉴스1
2016년 3월9일 경북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회관에서 농약이 든 소주를 마시고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뉴스1

2016년 4월3일. 경북 청송 한 마을에서 농약이 든 소주를 마셔 주민 1명이 숨지고 1명이 치료를 받는 가운데 또 다른 주민이 음독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남성은 마을회관 냉장고에 보관하던 소주에 농약을 탄 혐의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었다. 남성 혈액에선 피해자들과 같은 성분의 고독성 농약이 검출됐다. 경찰은 시신을 부검하고 남성 주거지와 축사 등을 압수수색한 끝에 남성을 유력한 피의자로 특정했지만 남성이 사망하면서 수사를 더 진행할 수 없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마을회관서 소주 마신 2명 사상…고독성 농약 '메소밀' 검출

사건이 발생한 것은 2016년 3월9일 오후 9시40분쯤이다.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회관에서 박모씨(당시 63세)와 허모(68)씨가 소주를 나눠 마시다 쓰러졌다. 박씨는 숨졌고, 허씨는 중태에 빠져 병원 치료를 받다가 일주일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이들이 마신 소주와 소주잔에선 고독성 농약인 메소밀이 검출됐다. 국과수는 박씨 시신을 부검한 결과 외상은 따로 없었으며 약물 중독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마을 52가구 중 40여가구를 수색해 범행에 쓰인 농약과 같은 제품을 보관하던 집 3곳을 찾아냈지만 모두 미개봉 상태이거나 손댄 흔적이 없었다. 또 주민 98명 전체를 탐문 조사했으나 별다른 단서나 증거를 찾지 못했다.

용의선상 오른 70대, 돌연 음독자살…거짓말 탐지기 조사 앞둬
농약소주 사건이 발생한 경북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회관 앞에 과학수사대 버스가 서 있다. /사진=뉴스1
농약소주 사건이 발생한 경북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회관 앞에 과학수사대 버스가 서 있다. /사진=뉴스1

그러던 중 같은 달 31일 주민 A씨(74)가 자신의 축사 옆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국과수 부검 결과 A씨 혈액에선 앞서 박씨 사망 사건에 쓰인 농약과 같은 성분이 검출됐다.

A씨는 이날 경찰서에 출석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다. 그간 경찰 수사선에 오르지 않았던 A씨는 아내가 사망사건 당시 마을회관에 있었고 마을회관 열쇠도 갖고 있어 거짓말 탐지기 조사 대상에 함께 포함됐다.

A씨는 유서를 남기지 않았지만 경찰은 쓰러진 그의 주변에 농약 원액이 담긴 드링크제가 그대로 남아 있었던 점, A씨 집이 마을과 멀리 떨어진 골짜기 위에 있고 외부인 출입 흔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타살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A씨 사망 사실이 사흘 만인 4월3일 뒤늦게 알려진 것을 두고 일각에선 경찰이 강압 수사를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A씨는 탐문 조사 대상이었을 뿐 직접 수사를 받은 적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주민 "A씨, 아내 마을회관서 화투놀이 불만"…유력 피의자 특정
농약소주 사건이 발생한 경북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 입구. /사진=뉴스1
농약소주 사건이 발생한 경북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 입구. /사진=뉴스1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가 평소 아내의 잦은 마을회관 출입과 화투놀이에 불만이 있었다"는 주민 진술을 확보했다. 또 A씨가 사건 당일(9일) 오전 회관 근처 버스정류장에 있었다는 목격자 진술도 얻었다.

경찰은 집에서 2㎞가량 떨어진 축사에서 홀로 생활하며 주민과 접촉하는 일이 적었던 A씨가 사건 전날과 당일 병원 치료를 위해 마을로 나오는 길에 회관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소주에 농약을 탔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A씨 주거지와 축사 등을 압수수색한 경찰은 그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농약은 같은 회사 제품이어도 원료 공급처나 제조 공정이 다르면 탄소·수소·질소 동위원소비가 조금씩 다른데 A씨가 마신 농약과 범행에 쓰였던 '농약 소주' 동위원소비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 사망 후에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했으나 A씨 외 다른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면서 사건 발생 두 달여 만인 5월26일 A씨를 유력 피의자로 특정하고 피의자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직접 증거·범행 동기 부족 목소리…A씨 유족, 소송했지만 패소
농약소주 사건이 발생한 경북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회관. /사진=뉴시스
농약소주 사건이 발생한 경북 청송군 현동면 눌인3리 마을회관. /사진=뉴시스

경찰의 사건 종결에도 몇 가지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먼저 A씨가 진범인지 여부다. 그가 마을회관 소주에 농약을 탔다는 직접 증거가 없고 그의 축사에서 농약 든 드링크제 외에 농약 원액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볼 때 A씨를 피의자로 특정하기에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또 범행 대상과 동기도 확실치 않다. 아내와 10년가량 별거해 온 A씨가 화투놀이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기엔 동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A씨 아내는 평소 소주를 한 잔씩 마실 줄은 알지만 많이 마시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A씨가 아내가 아닌 다른 인물을 범행 대상으로 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밝혀진 것은 없었다.

수사 결과에 불복한 A씨 유족은 수사에 참여한 경찰관 10여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심까지 1년 6개월간 진행된 해당 소송은 경찰 측이 모두 승소하면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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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기자 김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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