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로 돌아가" 황당한 유족들…화장장 전화통 불나고 팩스 난리

김미루 기자, 김서현 기자
2025.09.29 14:48
29일 오전 서울추모공원 1층에 위치한 접수실 입구. '업무준비로 인하여 오전 6시부터 접수받는다'는 안내문이 적혀 있다. /사진=김서현 기자.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전산실 화재 여파로 전국 화장시설 예약 사이트가 마비됐다. 기존에는 통합 플랫폼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 접속해 24시간 예약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개별 전화나 방문 예약만 가능하다. 화장 일정이 차질을 빚으면서 장례지도사와 유족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 1층 접수실 직원들은 팩스로 도착한 화장 예약 서류를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창구 곳곳에서 "이OO님 팩스 보내신 것 맞죠?"라며 확인 절차가 이어졌다. 전화로 접수 절차 상담을 진행하고 팩스로 서류를 주고받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소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유족대기실에서 만난 장례지도사 김모씨는 "예약 시스템이 80년대 아날로그 방식으로 돌아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씨는 "화재 발생 이튿날인 27일 오전 6시쯤 전화를 시도했는데 화장장 예약은 오전 10시에야 완료됐다"며 "서류 검수 절차도 온라인으로 할 때보다 단계가 늘면서 접수실 업무가 곱절로 늘었다"고 했다.

전화나 팩스로 예약을 마무리짓지 못해 현장에서야 예약을 확정짓기도 했다. 20년 경력의 장례지도사 황모씨(46)는 "27일 오전 6시 전화 예약이 가능하다고 해서 시간 맞춰 전화했더니 받지 않았고 결국 현장에 방문해 예약을 확정 지었다"며 "장례 업무의 첫 단계부터 막히니 업계 전체가 발만 동동 굴렀다"고 했다.

또 다른 장례지도사 A씨는 "화재 이튿날 올라온 공지도 '차질이 발생했다'는 내용뿐 앞으로 어떻게 예약받겠다는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며 "지도사가 할 수 있는 것은 계속 화장장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것뿐이라 대응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유족 "장사 못 치르나 황당"… 전화 예약 몰려, 현장 과부하
29일 오전 서울추모공원 2층에 화장 순서 및 예정 시간을 알리는 전광판이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김서현 기자.

유족들의 불안감도 가중됐다. 27일 모친상을 당한 상주 이모씨(53)는 "황망한 마음으로 장례식장에 향해 뉴스를 접하지 못했는데 장례지도사로부터 화장 예약이 막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당했다"며 "코로나19도 아니고 의료대란 문제도 아닌데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장사를 못 치르나 싶어 불안감이 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주 박모씨는 "예약 시도 당시 전화 연결이 늦어져 혼란을 겪었지만 결국 예약이 처리돼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며 "시스템 문제로 지역민 입증 문제를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화장을 마쳤어도 지역민 확인 절차를 거치지 못해 유골 안치 절차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수목장이나 잔디장 같은 자연장의 경우 고인의 생전 주소지에 따라 묘지를 이용할 수 있는데 시립기관 쪽에서 전산상 주민등록등본에 접근하지 못해 절차가 멈춘 것이다.

서울추모공원은 오전 6시부터 저녁 7시까지 대응하던 접수실 운영 시간을 임시로 늘리고 24시간 대응 중이다. 하루 60건가량 받는 화장 예약이 전화와 팩스로 몰리며 통화량이 폭증했다. 서울추모공원 관계자는 "오전에 정부 주민등록등본 조회가 가능해져 지역민 입증 절차 혼란은 해결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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