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오요안나 '사과·재발방지' 약속한 MBC…"방송사 타 직군도 살펴야"

민수정 기자
2025.10.15 15:14

고 오요안나씨 어머니 장연미씨가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고 오요안나 1주기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명예사원증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MBC가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 사망 사건에 공식 사과했다. MBC는 정규직 기상·기후전문가 신설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유족에게 고인의 명예사원증을 전달했다. 유족은 MBC 사과를 받아들이면서 개선책의 충실한 이행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고 오요안나 사건을 계기로 비정규직 프리랜서 고용 문제와 관련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MBC 제도 개선 지켜볼 것"…눈물로 호소한 모친

MBC는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오요안나와 유족에게 위로와 사과 입장을 전달했다. 이날 안형준 MBC 대표이사 사장과 오씨 모친 장연미씨가 합의문에 공동 서명했다. 안 사장은 장씨에게 고인의 명예사원증을 전달했다. 장씨는 고인의 사진이 담긴 명예사원증을 가슴에 품고 오열했다.

안 사장은 "꽃다운 나이에 영면에 든 고 오요안나님에 대한 명복을 빈다"며 "책임 있는 공영방송사로 문화방송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 그리고 더 나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형준 MBC 사장(오른쪽)이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진행된 고 오요안나 유족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인의 어머니 장연미씨와 분향소를 찾아 분향을 하고 있다. /사진=스타뉴스.

장씨는 고인 사망 1주기를 맞아 지난달 5일부터 MBC 사옥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였다. 사측과 잠정 합의할 때까지 29일간 단식을 진행했다. 이후 병원에 입원한 장씨는 이날 부축을 받으며 단상에 올랐다. 장씨는 "제도 개선 약속은 그 무게가 무겁고 방송사 전체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알맹이 없는 선언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제가 하늘에 있는 요안나와 함께 MBC 제도 개선 노력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안 사장과 장씨는 기자회견 직후 MBC 사옥 앞에 마련된 고인의 분향소에서 서로를 안았다. MBC는 내년 9월15일까지 사내 추모 공간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재발 방지책으로 비정규직인 기상캐스터 직무를 폐지하고 정규직 기상·기후전문가를 신설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프리랜서를 포함한 사내 임직원 간 갈등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4월에는 상생협력담당관 직제를 신설했다.

"구체적인 조치 부재", "다른 직군도 조사해야"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 /사진=고 오요안나 인스타그램 캡처.

MBC가 단행한 공식 사과, 재발 방지책 및 개선안 마련, 기상캐스터 정규직화 등은 그동안 유족 측이 요구한 내용이다. 유족 측에 따르면 기상·기후전문가 선발 과정에서 기존 근무자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합의도 이뤘다.

다만 재발 방지책의 구체성에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기홍 노무법인 돌꽃 노무사는 "공영방송 사장이 직접 공동 기자회견하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는 점은 반길만한 일"이라면서도 형식적이지 않냐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최승현 노무법인 삶 대표노무사도 "이날 기자회견 때까지 더 구체적인 방안을 내기로 했는데 그것까진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기상캐스터 외 방송사 다른 직군에 대한 고용 현황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 노무사는 "MBC가 자체적으로 내부 실태 조사를 해야 한다"면서 "MBC가 바꾼다고 하면 다른 방송사도 모범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여러 방식으로 따라 할 수 있을 거다. 회사가 기한을 정하고 큰 진전을 밝혔으면 한다"고 했다.

김 노무사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는 값싼 노동력을 쓰기 위해 프리랜서 형태로 채용하는 경향이 있다"며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입사한 고인은 지난해 9월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생전 동료 기상캐스터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겼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괴롭힘이 있던 건 맞지만, 고인이 프리랜서였기 때문에 법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유족은 가해자로 지목된 전 기상캐스터 A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3차 변론기일은 오는 11월2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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