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 결국 사의… '대행의 대행' 현실로

조준영 기자, 양윤우 기자, 김성은 기자
2025.11.13 04:17

총장 이어 차장도 모두 공석, 검찰 지휘체계 사실상 마비
장기화땐 정부와 소통 장애 … 대통령실 "제청시 사퇴 수용"

대장동사건 항소포기 여파로 사의를 표명한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근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의 항소를 포기한 여파로 사퇴압박을 받던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7월1일 이재명정부의 첫 검찰인사로 대검 차장에 임명된 지 4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총장에 이어 차장 모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으며 '대행의 대행' 체제로 접어들게 됐다.

대검찰청은 12일 오후 언론공지를 내고 "노 대행이 사의를 표명했다.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 때 말하겠다"고 밝혔다. 항소포기 결정 이후 검찰 안팎에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닷새 만에 결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대행은 전날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하루 연가를 내고 자택에서 거취를 고민한 후 이날 정상출근해 통상업무를 봤다. 노 대행은 이날 오후 6시쯤 취재진의 눈을 피해 퇴근했다.

지난 7일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결정 이후 파장이 일파만파 커졌다. 결정 다음날(8일)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사퇴했고 "저의 책임하에 정 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란 노 대행의 입장발표에도 일선 검사장부터 평검사까지 포기결정이 납득되지 않는다며 법리적 근거를 요구하는 등 집단반발했다.

일선 검사들이 특정 현안에 대해 검찰 수장에게 거취표명을 요구해 퇴진까지 이뤄진 것은 13년 만이다. 2012년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를 추진한 한상대 총장이 내부의 반발로 불명예 퇴진했다.

노 대행이 사퇴하면서 검찰은 '대행의 대행' 체제로 접어들게 됐다. 대검 부장 중 선임인 차순길 기획조정부장이 노 대행의 업무를 이어받아 총장 대행을 맡는 수순이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미 사퇴했고 심우정 총장 사퇴 이후 130일 넘게 이어진 총장공백에 더해 차장까지 사퇴하면서 검찰 지휘체계가 사실상 마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백사태가 장기화하면 민생범죄 수사가 멈출 뿐만 아니라 검찰청 폐지 후속입법 과정에서 보완수사권 존치 등 검찰 입장을 정부에 전달할 수 있는 창구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울러 노 대행이 사퇴했음에도 '윗선 개입'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행은 지난 10일 대검 연구관들이 사퇴를 요구한 자리에서 "용산·법무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며 "나도 힘들었다"는 취지로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대검 과장들과의 비공개 면담 자리에선 이진수 법무부 차관으로부터 항소 관련 우려를 전달받았다고 밝히며 사실상 법무부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는 점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무부 측은 '신중 검토' 의견을 전달했을 뿐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장관이 제청하면 노만석 대행의 사의표명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공지를 통해 "대통령실은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면직안이 제청되면 이를 수리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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