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인 2000년 11월 14일 값싼 이용료로 장거리 이동하려는 서민들 발이 돼 준 완행열차 비둘기호가 마지막 운행을 끝냈다.
철도산업정보센터에 따르면 비둘기호가 달리기 시작한 것은 1967년부터다. 서울과 부산 구간을 오갔으며 당시에는 등급이 완행열차가 아닌 특급열차로 분류됐다.
최초 특급열차로 분류돼 철로를 달렸던 비둘기호는 1984년 열차 등급 개정 이후 모든 역을 정차하는 완행열차가 됐다. 작은 역도 지나치지 않고 정차했기 때문에 가장 느렸던 비둘기호는 자연스레 서민들이 애용하는 열차가 됐다.
1990년대 들어선 빠른 다른 열차들에 밀려 수요가 크게 감소, 노후화 문제까지 겹치며 일부 구간(증산~구절리)에서만 운행했다. 간신히 명맥을 이어오던 비둘기호는 결국 2000년 11월 질주를 멈췄다.
비둘기호 객차에는 총 108명분 좌석이 배치됐다. 1980년 이전까지 자리표가 따로 존재하지 않아 모든 좌석이 자유석이었다. 이 때문에 자리를 두고 승객들끼리 다툼을 벌이는 일이 빈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객차 출입문과 창문은 모두 수동 방식으로 설치됐다. 좌석은 등받이를 움직일 수 없는 고정식 의자였고, 냉방 시설은 1량에 2개씩 천장 중앙에 설치된 회전식 선풍기가 전부였다.
화장실의 경우 비산식(飛散式)으로 설치돼 변기 바로 아래가 선로인 구조였다. 오물이 열차 밑으로 날려가서(飛) 흩어지는(散) 방식으로, 오물이 선로 위에 그대로 남겨졌다. 당시 위생 문제 때문에 대한민국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 안에 오물 처리 전담 부서가 있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서민들 발이 돼 준 비둘기호는 현재도 여러 철도 관련 시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은퇴한 비둘기호 열차는 철도박물관과 섬진강 기차마을, 철도차량정비단 등에 보존돼 있다.
국민과 가장 가까웠던 이동 수단이었던 만큼 대중문화에서 비둘기호 등장도 많았다. 그룹 '인피니트'의 노래 '파라다이스' 뮤직비디오 일부 장면이 철도박물관 내 비둘기호에서 촬영됐다.
방송인 이수근은 지난해 tvN 예능 '백패커 2' 방송에서 철도차량정비단을 찾아 "지나가다 역인가 싶은 곳에 전부 멈추던 열차"라며 비둘기호 추억을 말했고, 지난 3월 KBS 예능 '박원숙의 같이 삽시다 3'에 출연한 배우 윤다훈은 "어린 시절 가장 저렴한 비둘기호를 타고 부산에 내려가 방황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