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로 간 '반려동물 진료기록 열람권'…법조계 전망은

양윤우 기자
2025.11.25 17:24
(사진은 기사와 무관)2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진행중인 '2025 메가주 일산'을 찾은 반려견들이 간식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스1

반려동물 진료기록 열람권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면서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헌재가 진료기록 공개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되 의료 투명성을 어디까지 보장할지는 국회가 설계해야 할 정책 영역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사건을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에 배당하고 청구 적격성과 심판 필요성을 검토 중이다. 지정재판부 3명 전원이 '부적법하다'고 뜻을 모으면 사건은 30일 이내 각하될 수 있다. 반대로 3명 중 1명이라도 "전원재판부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헌재는 전원재판부 회부 결정을 내리고 9인 전원합의체에서 본격적인 심리를 시작한다.

핵심 쟁점은 입법부작위 성립 여부와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중대성' 여부다. 입법부작위는 국회가 수의사법에 반려동물 진료기록 열람·교부권 조항을 둬야 할 헌법상 의무가 있었는지 그럼에도 이를 장기간 방치한 것이 위헌적인지가 쟁점이다.

이 밖에 수의사법에 해당 조항이 없는 탓에 보호자의 알 권리, 반려동물에 대한 재산권, 재판청구권 등이 실제로 어느 정도까지 침해됐는지를 따져야 한다. 단순히 불편하고 불합리하다는 수준을 넘어 헌법이 말하는 기본권 침해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 신동환 법무법인 창천 변호사는 "재판청구권 등에 대해선 기본권이 직접 침해됐다고 단정하기에는 불명확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알 권리와 재산권에 대해서는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수의사법이 수의사에게 진료부 작성·보존 의무만 부과하고, 보호자에 대한 열람·교부 의무는 두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진료부 작성·보존 의무와 동물 주인에 대한 진료부 열람·교부 의무는 다른 것"이라며 "현행 수의사법에서 열람·교부 의무가 도출되지 않는 이상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전문 팀을 꾸린 법무법인 청음의 조찬형 대표변호사도 진료기록 제공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그는 "진료기록부 제공의무의 당위성은 필요하고 공감한다"며 "불필요한 분쟁을 막기 위해 궁극적으로는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조 대표변호사는 이번 헌법소원에서 곧바로 위헌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는 "헌재가 결정문에 입법 필요성을 적시할 수 있고 재판관 일부는 소수의견으로 인용 의견을 낼 수도 있다"면서도 "법리적으로는 기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헌법이 '반드시 이 조항을 두라'고까지 요구한 수준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헌법 전문가인 김대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입법부작위 위헌의 문턱이 높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입법부작위가 인정되려면 헌법이 명시적으로 입법을 위임했거나, 해석상 기본권 보호를 위해 국회의 입법 의무가 명백하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일반적으로는 위헌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헌재가 국회에 입법을 직접 제안하는 결정은 매우 신중히 한다"고 했다.

다만 김 교수도 입법의 필요성 자체에는 동의했다. 그는 "기록 의무는 부과하면서 기록을 볼 수 있는 권리는 왜 빼놓았는지 의문이 생긴다"며 "1500만명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현실, 동물의료보험·과잉진료 분쟁 등 사회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하고, 진료기록 공개가 수의사의 권한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도 아닌 만큼 입법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번 헌법소원이 공론의 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국회나 시민단체 등에서 입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현실화될 수 있다. 실제로 그동안 반려동물 진료기록 열람 또는 사본을 제공하도록 하는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