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배우' 이순재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로 근조화환이 쏟아졌다. 연예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은 25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이순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3층엔 빈소가 준비되기 전인 오전부터 근조화환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배우 김유정·김우빈·박서준·신민아·하정우·유해진·마동석·한지혜 등 후배 배우부터 김용건·나문희·최불암 등 고인이 생전에 함께 작업했던 원로배우들의 이름이 붙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정관계 인사도 화환을 보냈다. 고인과 같은 14대 국회의원이자 국회의장을 지낸 강창희 전 의장도 조화를 보내 애도를 표했다.
고인의 유족 A씨는 "평소 건강하셨기에 올해는 문제없이 넘기실 거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떠나셔서 마음이 무겁다"라고 말했다. 이어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는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를 예정"이라고 했다.
빈소에 머물던 유족의 지인 B씨도 "아침에 고인 배우자 등 유족들이 영정사진을 들고 빈소에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과 함께하셨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 오늘은 온종일 고인 곁을 지킬 생각"이라고 했다.
오후 1시30분쯤 고인의 영정사진이 놓이고 국화꽃이 놓이는 등 빈소가 마련됐다. 이에 검은 복장 차림의 조문객 발길도 본격적으로 이어졌다. 박술녀 한복디자이너를 시작으로 오세훈 서울시장 등도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했다.
시민들의 애도도 이어졌다. 권진형씨(30)는 "어릴 때 이순재 선생님이 나온 '거침없이 하이킥'은 지금도 유튜브로 돌려본다"라며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순재 배우를 오래 기억할 것 같고, 이제는 편히 쉬셨으면 한다"라고 했다.
이태준씨(28)는 "'꽃보다 할배'를 보며 참 멋있는 분이라고 느꼈다"라며 "비행기 안에서도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걸 보며 위로도, 용기도 얻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했다.
발인은 27일 오전 6시20분이며, 장지는 이천 에덴낙원이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로 내려온 뒤 서울대 철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시절 영화에 빠지며 배우의 길을 결심했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이씨는 그해 TBC 1기 전속 배우가 되며 방송계에 입문했다. 이후 △'나도 인간이 되련다' △'동의보감' △'보고 또 보고' △'삼김 시대' 등 약 140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그는 정통 사극부터 △현대극 영화 △연극 △시트콤 등 장르의 경계를 넓혔다. 특히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1992)에서 가부장적인 가장인 '대발이 아버지' 역할을 맡았는데, 이 작품의 평균 시청률은 역대 1위인 59.6%를 기록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고인은 1992년엔 제14대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정계 은퇴 후에도 다양한 작품에서 주·조연을 오가며 활동했다. 70대엔 '거침없이 하이킥'(2006)과 '지붕 뚫고 하이킥'(2009)으로 코믹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에게 새 이미지를 보여줬다. 예능 '꽃보다 할배'(2013)에선 열정적이고 솔직한 모습으로 '직진 순재' 별명도 얻었다.
고인은 말년까지 활동을 이어갔다. 2024년 10월 건강 문제로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 전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2 드라마 '개소리'에 출연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령 KBS 연기대상 수상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