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로비스트 제도화를 법무부에 지시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세심한 제도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입법과정에서 벌어지는 로비활동이 등록도, 규제도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국처럼 로비를 투명하게 관리할 법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 장관은 로비스트등록제 필요성에 공감하고 관계법령을 검토해 입법준비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로비란 특정 개인이나 단체가 법·제도·정책·행정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공권력을 가진 공무원·국회의원 등에게 의견을 전달하고 설명·설득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로비스트는 보수를 받고 타인의 이익을 대변해 이러한 로비활동을 한다. 문제는 로비과정에서 적절하지 않은 금품이나 향응 등이 제공될 경우 범죄가 된다는 점이다.
법조계에서는 정부의 로비스트 양지화 추진 방침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실적으로 로비 자체를 막을 수 없는 만큼 제도권에 편입시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합법화하되 엄격한 규제 아래 의회나 기관에 정기적으로 로비 내역을 보고하고 국민에게 공개해 감시를 받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숨어 이뤄지던 로비를 공식화하면 정책결정 과정이 더 합리적이고 공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굳이 로비스트제도를 반대할 이유는 크지 않다. 지금도 일반인들이 인맥을 통해 이른바 대관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 역할을 공인된 변호사가 맡고 등록·징계·법적의무 아래 두면 직역확대이면서도 통제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로비를 아예 없앨 수 없다면 로비활동을 변호사업무로 끌어오자는 취지다.
과거 미국도 로비를 완전히 금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로비를 제도권으로 끌어왔다. 로비스트는 정부에 등록하고 누구를 위해 어떤 사안에 얼마를 쓰는지 정기보고해야 한다. 보고를 누락하거나 허위로 제출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미국에 등록된 로비스트만 1만30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로비스트 활동경험이 있는 한 글로벌 컨설팅회사 임원은 "앞으로 입법과정에서 로비 범위, 로비스트 자격요건, 처벌수위가 어떻게 설계되느냐가 중요하다"며 "단순히 등록제 하나만 만들 게 아니라 공직자 측의 접촉보고 의무, 이해충돌 규제, 로비정보 공개방식까지 한 세트로 설계해야 실효성이 생긴다"고 했다. 이어 "제도가 돈 있는 집단의 합법청탁 창구로 인식되지 않으려면 누가 어떤 이슈를 두고 어떻게 로비하는지 국민들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2007년에 로비활동 공개 및 로비스트등록법안 등이 발의되고 정부 차원의 연구도 이뤄졌지만 무산됐다. 무산된 것은 부작용 우려 때문이었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합법화가 맞다고 생각하지만 악용의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돈과 인맥이 많은 쪽이 로비제도를 앞세워 사실상 청탁창구처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대형이익단체는 상시 로비스트팀을 꾸리고 소규모 시민, 이해집단은 제도가 있어도 사실상 접근이 어려운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