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대규모 개인정보를 유출한 전 직원이 배송지 목록을 1억회 이상 조회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노동·시민사회계가 12일 쿠팡의 책임 있는 사과와 보상을 촉구했다.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 제정연대'는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보상, 미국 정부·의회에 대한 로비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 합동조사단이 지난 10일 발표한 쿠팡 침해사고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쿠팡이 유출 규모를 축소·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합동조사단은 쿠팡에서 유출된 개인정보 규모가 3300만건을 넘기고 범인이 쿠팡 고객들 배송지 정보를 1억4805만회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제3자에 개인정보를 팔았는지 여부는 정부 조사에서 밝혀지지 않았는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수사기관이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재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쿠팡은 개인정보보호법상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했고 업계 선두 기업으로서 갖춰야 할 보안 체계가 부실했다"며 "국회는 소비자가 구제받을 수 있도록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고 장덕준씨 모친 박미숙씨도 김범석 의장이 사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장씨는 생전 쿠팡 대구물류센터에서 일하다 2020년 사망했다. 김 의장은 해당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단체들은 이날 회견을 마친 뒤 3751명이 참여한 '쿠폰 거부 서명'을 쿠팡 측에 전달했다. 이들은 쿠팡이 지난달 15일부터 피해 고객에게 지급한 1인당 최대 5만 원 상당의 구매 이용권을 진정성 있는 보상이 아닌 영업 전술로 보고 거부 운동을 벌여왔다.
이들은 "5만원 할인 쿠폰 지급은 실질 보상이 아닌 판촉 수단에 불과하다"며 "진정성 있는 사과와 실질적 피해 구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쿠팡 관계자들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뿐 아니라 △셀프조사 △국회 위증·불출석 △산재 은폐 의혹 등 다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는 두 차례에 걸쳐 경찰 소환 조사에 응했고, 김대준 전 쿠팡 대표 역시 이달 초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로 서울청 마포청사에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