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 금지'에도 미국 체류·연구비 수령…대법 "환수 처분 정당"

이혜수 기자
2026.02.22 09:00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사진=뉴스1

교육부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으면서 해외 출장 금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해외에 체류한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환수한 처분이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최근 A씨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학술지원 대상자에서 1년간 선정을 제외한 처분 등을 취소해달란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단을 내렸다.

원고 A씨는 국악 관련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국악 이론을 연구하는 연구자다. B 재단은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학술진흥법에 따라 학술지원사업을 위탁받아 '2019년도 인문·사회분야 학술지원사업 학문 후속세대 지원사업(박사 후 국내연수)'을 공고했다.

A씨는 2019년 2월 C대학교 산학협력단을 주관연구기관으로 '조선 전기 사대부 탄금 문화와 음악 양식의 전개' 과제를 지원 대상으로 신청했고 같은 해 6월 선정됐다. 교육부 장관은 A씨가 과제를 수행해 결과물을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C대학교 산학협력단에 68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학문 후속세대 지원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A씨가 연구 기간 해외에 체류하면서 불거졌다. A씨 연구과제 수행 기간은 2019년 7월1일부터 2021년 6월30일까지인데 A씨는 2019년 7월24일 미국으로 출국해 2021년 5월10일까지 미국에 체류했다. 지원사업이 공고됐을 당시 연수기관은 '대학원이 설치된 국내 대학 또는 국공립 연구기관 및 정부출연연구소'로 규정됐다.

이에 교육부 장관은 2022년 10월7일 한국연구재단의 제재처분평가단 심의 등을 거쳐 'A씨가 한국연구재단 허가 없이 해외 장기 출장을 하지 못하도록 한 지원사업 과제관리 안내서 및 협약을 위반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따른 조치로 교육부 장관은 C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대해선 연구비 중 인건비 6600만원 환수 처분을, A씨에 대해선 학술지원 대상자 선정 제외 1년 처분을 내렸다.

A씨는 "과제를 성실히 수행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연구비를 전부 환수하는 건 재량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원사업 선정 공고 당시 과제관리 안내서는 개정 중인 상태로 협약에서는 배제된 것이고, B재단이 개정된 과제관리 안내서를 별도로 안내하지 않은 점 △'해외 출장'의 경우에 허가를 요건으로 하고 있을 뿐 '해외 체류'에도 허가가 요구된다고 할 수 없는 점 △한국연구재단과 C대학교 산학협력단에 해외체류 가능 여부를 사전에 문의하고 지도교수에게도 상의하고 허락을 구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1심은 A씨 손을 들어줬다. 1심은 "한국연구재단과 A씨 사이에 묵시적으로나마 국내에 체류하며 과제를 수행한다는 데 합의가 존재하거나 의무가 도출된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2심은 교육부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은 "박사 후 국내연수는 학술연구활동의 지속성 유지와 연구능력의 질적 향상을 위해 핵심적인 연구는 국내기관에서 수행해야 한다"며 "연구비 환수·학술지원대상자 선정 1년 제외 처분의 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A씨는 2심 판단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으나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지원사업이 국내 연수기관에서의 연구과제 수행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 지원사업은 국내에서 연수할 수 있는 연구기관에 대해 학술연구활동의 지속성 유지와 연구능력의 질적 향상 유도를 목적으로 추진됐다"며 "해외에서 원격으로 국내 연구자료 수집이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과제수행을 '국내연수'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A씨가 지원사업 협약에서 연구기간 중 대부분 기간을 해외에 체류한 것에 대해 교육부 장관이 협약 위반이라고 본 결론은 정당하다"며 "교육부 장관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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