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억울한 피해자에게 고등검찰청 항고는 마지막 희망이다

여환섭 전 대전고검장
2026.02.24 05:17

A씨는 획기적인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B·C씨에게는 그야말로 '대박'으로 느껴졌다. A씨는 투자하면 일정한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자신했다. 솔깃한 B·C씨는 수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기라는 의심이 들었다. 결국 경찰 문을 두드렸다. 그런데 경찰은 실제로 사업을 시도했다는 A씨 말만 믿고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지방검찰청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B·C씨는 너무나 억울해 항고했다. 고등검찰청은 몇 가지를 추가 수사하라며 사건을 지검에 돌려보냈다. 지검은 보완 수사 과정에서 비슷한 피해자가 더 있다는 점을 밝혀내 A씨를 구속기소했다. 2024년 한 언론에 보도된 실제 사건이다.

2022년 한국의 고소 사건 인원은 35만7612명으로 일본(7571명)보다 47배나 많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고소 제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비교적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이 드는 민사소송과 달리 비용 부담 없이 누구나 제기할 수 있는 형사 고소의 경우 수사기관이 제 역할만 해준다면 신속한 권리구제가 될 수 있고 '고소–항고–재항고(또는 재정신청)'라는 단계별 불복 수단이 정교하게 마련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고검에 제기하는 항고 제도는 경찰과 지검이 부실한 수사로 고소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을 때 범죄피해자인 고소인이 불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작동해 왔다.

그런데 정치권의 검찰청 폐지 논의 과정에서 수사·기소 분리라는 당초 목적을 넘어 직접 수사 기능도 없는 고검까지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고검은 애초에 고소 사건을 접수할 권한조차 없어 수사권 남용의 주체도 아닐 뿐만 아니라 지검을 감독하고 부실한 수사를 바로잡는 역할만 해왔는데 말이다.

만약 검찰청 폐지 과정에서 고검이 사라지고 그 기능을 지방공소청이 맡게 된다면 자기가 내린 결정을 스스로 다시 심사하는 모순에 빠진다.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므로 결국 항고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리 만무하다. 업무를 대공소청(기존의 대검찰청)으로 집중시킨들 전국의 항고 사건이 서울로 쏠려 당사자들의 불편은 극에 달할 것이고 '재항고'라는 불복 수단 하나가 사라진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법원의 '재정신청' 확대 역시 현장의 실무를 모르는 탁상공론이다.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2024년 기준 고검의 항고 인용률은 7.49%에 달한다. 특히 고검이 직접 기록을 검토해 결론을 내리는 '직접 경정' 비율은 2021년 11.53%에서 지난해 8월 기준 23.21%로 상승했다. 고검 검사들의 경륜과 전문성이 국민의 억울함을 푸는데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구제 수단을 버리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개혁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의 힘을 뺀다고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국민의 권익까지 박탈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진정한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있다. 예정된 실패의 피해는 결국 돈 없고 힘없는 평범한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사진제공=여환섭 전 대전고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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