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10대 여성 1명이 숨진 가운데 이 여성의 가족은 이사 온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지난 24일 오전 6시 18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해 1시간 18분 만인 오전 7시 36분쯤 불을 완전히 껐다.
불이 난 집 안에는 40대 어머니와 두 딸이 있었는데, 이 중 큰딸 A양(17)은 미처 대피하지 못하고 베란다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어머니는 안면부 화상을 입고 둘째 딸은 화재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A양 아버지는 일찍 출근해 화재 당시 집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A양 가족은 일주일 전쯤 이 아파트로 이사온 것으로 전해졌다. A양 큰아버지는 "큰애가 스스로 '의대를 가고 싶다'고 할 만큼 공부를 잘했다"며 "학업 때문에 은마아파트로 5일 전 이사를 왔는데"라고 했다. A양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었다.
이날 화재가 발생한 은마아파트는 1979년 완공된 대단지 구축 아파트다. 1차로 불길 확산을 막아줄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스프링클러는 1992년 개정된 소방법에 따라 16층 이상 아파트에 설치 의무화됐다가 2018년에야 기준이 6층 이상으로 바뀌었다. 단 해당 법령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또 구축 아파트 특성상 심각한 주차난으로 소방차 진입이 늦어지면서 신속한 화재 진압을 가로 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마아파트는 14층 4424 세대 규모로, 인구밀도가 높지만 지하 주차장이 없어 고질적인 주차난을 겪어왔다.
화재경보기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화재가 난 건물 다른 층에서 살고 있다는 50대 이모씨는 "잠결에 계속 웅성웅성 소리가 나서 밖에서 싸움 난 줄 알고 시끄럽다 생각했다"며 "6시 20~30분쯤에 누가 문을 두드려 나가보니 집안에 연기 냄새가 안 나면 문 닫고 대기하라고 했는데 창문 밖에는 연기가 엄청 많이 났다"고 했다.
또 다른 아파트 거주민 40대 민모씨는 "화재 경보도 집마다 컨디션이 달라서 잘 안 들린다"며 "내 목소리보다 작아 (화재)경보기 소리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한편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1990년대 말부터 재건축 계획을 추진했으나 안전진단에서 떨어지고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면서 미뤄졌다. 이후 지난해 9월 정비계획안이 확정돼 2030년 49층 5천893세대 대단지로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