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피지컬 AI와 한국산업의 기회

[투데이 窓] 피지컬 AI와 한국산업의 기회

류창완 한양대학교 교수·창업대학원장
2026.04.12 08:00

[UFO 칼럼]

류창완  한양대학교 교수·창업대학원장
류창완 한양대학교 교수·창업대학원장

우리 경제는 현재 거대한 전환점 위에 서 있다. 흔히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3대 난제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가파른 임금 상승, 그리고 고질적인 수도권 집중 현상을 꼽는다. 그러나 '피지컬 AI(인공지능)'라는 새로운 기술적 파도의 관점에서 보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피지컬 AI는 디지털 공간의 지능을 넘어 로봇, 자율주행차, 공장 자동화 기기 등 물리적 실체가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게 하는 기술, 즉 '몸을 가진 인공지능'을 의미한다.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직면한 위기 요인들은 대한민국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피지컬 AI 도입의 적임자로 만드는 최적의 기회 조건이 되고 있다.

첫째, 우리나라는 피지컬 AI의 핵심인 '현장 데이터'와 '숙련 기술'이라는 독보적인 기초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제조업의 로봇 보급 밀도는 종사자 1만명당 1220대로 세계 1위이며, 이는 전 세계 평균의 7배에 달한다. 피지컬 AI를 정교하게 학습시키기 위해서는 실제 물리적 현장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가 필수적인데 이미 세계 최고의 로봇 운용 환경을 갖춘 한국은 매일 쉬지 않고 양질의 제조 데이터를 생성해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울산과 창원 등 국가산업단지에서 30년 넘게 공정을 지켜온 베테랑 기술자들의 '손끝 기술'은 누구도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아날로그 지적 자산이다. 피지컬 AI는 이러한 암묵지를 디지털 데이터로 이식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제공하며, 이는 제조 경험이 부족한 후발 국가들이 단기간에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된 국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

둘째,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고임금 구조는 피지컬 AI 도입을 가속화하는 강력한 경제적 동기가 된다. 최근 제조 현장뿐만 아니라 물류, 식당 등 서비스업 전반에서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는 탄식이 일상이 됐다. 중소 제조기업의 생산라인이 멈추는 이유는 주문이 없어서가 아니라 일할 사람이 없어서다.

이러한 환경에서 로봇은 인간의 일자리를 뺏는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노동력 부족으로 비어 있는 자리를 채워주는 고마운 구원투수다. 덕분에 자동화 도입을 둘러싼 사회적 마찰이 상대적으로 적다. 임금 상승 또한 기업들로 하여금 로봇 투자의 손익분기점을 앞당기게 해 자발적으로 자동화 투자에 나서게 만드는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셋째, 피지컬 AI는 '공간의 해방'을 통해 지역 균형 발전과 리쇼어링(Reshoring)의 유일한 해법을 제시한다. 그동안 하이테크 기업들이 값비싼 땅값과 교통 체증을 감수하면서도 수도권에 몰렸던 결정적 이유는 우수한 인재 확보가 용이해서다. 소위 '인재 한계선'이라 불리는 지리적 제약이 기업의 발을 묶어왔다.

그러나 피지컬 AI로 무인화와 자동화가 보편화되면 인력 수급의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굳이 수도권에 사업장을 고집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지방이 가진 저렴한 부지와 풍부한 인프라를 활용하는 국토 효율화의 기회로 이어진다. 동시에 인건비 절감을 위해 해외로 나갔던 공장들이 공정 노하우와 데이터 보안을 위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리쇼어링을 촉진해 공동화됐던 지역 경제를 부활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피지컬 AI를 기회요인으로 만드는 진정한 승부처는 대기업의 성공을 넘어 공급망 전체의 지능화에 있다. 중소기업이 이 대전환에 합류하지 못하면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기술적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초기 비용과 통합 인프라의 부재 때문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확산 구조를 설계하고, 새로운 창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등의 '소프트웨어적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세계 최고의 로봇 밀도, 수십 년간 쌓인 제조 노하우, 자동화를 미룰 수 없는 인구구조, 그리고 수익을 즉각 증명할 수 있는 고밀도 도시 환경, 이 모든 조건이 한 나라 안에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피지컬 AI는 한국 산업에 열린 전례 없는 구조적 기회다. 피지컬 AI가 현실이 되는 것은 기술의 몫이지만 그것이 대한민국 경제의 화려한 부활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은 우리 세대의 정교한 설계 능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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