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이는 거리에도 술집은 텅텅…"저도 안 마셔요" 비주류가 된 주류

북적이는 거리에도 술집은 텅텅…"저도 안 마셔요" 비주류가 된 주류

정진우 기자, 차현아 기자, 이병권 기자
2026.04.12 08:00

[MT리포트]'비주류'(非酒類) 사회(上)

[편집자주] '부어라 마셔라'식 회식 문화가 저물고,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챙기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가 주류시장을 바꾸고 있다. 알코올 도수 0%의 무알코올 음료는 이제 단순한 술의 대체재를 넘어 하나의 독립된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 술을 멀리하는 '비주류'(非酒類) 사회 분위기를 조명하고, 급변하는 주류 생태계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본다.

'부어라, 마셔라' 이 시대 끝났다?...'비주류' 사회 만난 '주류' 회사들

주류 3사 매출 및 영업이익/그래픽=김지영
주류 3사 매출 및 영업이익/그래픽=김지영

술이 안팔린다. 술을 파는 식당들의 사장님들은 울상이다. 주류(酒類) 회사들의 실적은 하락한다. 고물가·고환율에 소비위축까지 겹친 이들 기업은 전례 없는 혹한기를 보낸다. 주류 회사들이 '비주류'(非酒類) 사회를 만났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트진로(17,400원 ▲460 +2.72%)와 오비맥주, 롯데칠성(118,200원 ▲4,500 +3.96%)음료 등 국내 대표 주류회사들의 실적이 전년 대비 하락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매출액이 2024년과 비교해 3.9% 감소한 2조4986억원, 영업이익은 17.3% 줄어든 1723억원을 기록했다. 오비맥주는 같은 기간 매출이 1조7756억원으로 소폭(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3476억원으로 5.4% 줄었다.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은 매출액이 7527억원으로 전년 대비 8%, 영업이익은 282억원으로 19% 줄었다.

위스키 시장도 움츠러들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를 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2억2685만달러(약 3200억원)로 전년보다 9.0% 줄었다. 같은 기간 수입량도 2만7440톤에서 2만2582톤으로 17.7% 감소했다. 국내 대표 위스키 업체인 골든블루 역시 지난해 매출이 1687억원으로 전년대비 19% 줄었고, 영업이익은 216억원으로 36% 감소했다.

2024년도 대비 2025년 연령대별 주점 및 주류 소비 증감률/그래픽=김지영
2024년도 대비 2025년 연령대별 주점 및 주류 소비 증감률/그래픽=김지영

내수 부진과 술 마시는 문화가 바뀐 탓이 크다. 술 소비량이 줄어든건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세청 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 주류 출고량은 △ 2022년 326만8623㎘ △ 2023년 323만7036㎘ △2024년 315만1371㎘ 등으로 매년 줄고 있다.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지난해엔 더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학생을 비롯해 젊은 MZ세대들이 과거에 비해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다. NH농협은행이 올해 1월 발표한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20대의 주점 소비 금액은 전년 대비 20.9%나 급감했다. 30대 역시 15.5% 줄었다. 높은 물가와 건강을 중요시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술자리에 대한 수요가 점차 감소한 것으로 농협은행은 분석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와 고물가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술을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젊은 세대들의 트렌드까지 겹쳐 주류업계 실적이 좋지 않다"며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조용해도 되나" 대학가도, 술집도 '텅텅'...사장님들 한숨 푹[르포]

지난 7일 밤 9시 젊은이들의 성지 홍대 레드로드 거리가 텅 비었다. 문을 닫은 점포들도 눈에 띄었다. /사진=이병권 기자
지난 7일 밤 9시 젊은이들의 성지 홍대 레드로드 거리가 텅 비었다. 문을 닫은 점포들도 눈에 띄었다. /사진=이병권 기자

# 지난 9일 오후 8시30분 서울 마포구 합정동 5번 출구 인근의 한 퓨전 한식 포차. 열댓개가 넘는 테이블 가운데 손님이 앉은 테이블은 단 3개뿐이었다. 카운터에 앉은 40대 사장은 "요즘은 포스기 화면보다 휴대폰 뱅킹 앱(애플리케이션) 화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간 인근 다른 주점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평일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거리는 지나치게 고요했고 드문드문 지나가는 사람 중 식당이나 술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은 뜸했다. 그나마 한 펍(pub·선술집)에만 야구 경기를 보러 모여든 손님들이 눈에 띄었다.

젊은이들의 성지 홍대 레드로드의 활기도 예전 같지 않았다. 클럽이 밀집한 거리는 그나마 인파가 있었지만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주류 소비보단 패션·뷰티 쇼핑에 더 관심을 가지면서 로드숍만 인산인해를 이뤘다. 바로 앞 텅 빈 포장마차와 주점 내부가 대조적이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한식 주점의 모습. 매장 내부는 한산했다. /사진=이병권 기자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한식 주점의 모습. 매장 내부는 한산했다. /사진=이병권 기자

술을 마시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었다. 술집에선 '폭탄주'를 마시기 위해 소주나 맥주를 연이어 주문하기보다 하이볼이나 칵테일처럼 도수가 낮은 주류를 한 잔씩만 시켜두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프랜차이즈 주점 업주는 "예전에는 테이블당 소주 3~4병은 기본이었는데 요즘은 맥주 한두 잔 정도만 마시고 가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이 회식 장소로 많이 찾는 서울 종각 등 종로 일대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8일 저녁에 찾은 종각 주변엔 문을 닫은 식당들이 눈에 띄었고 술집 내부는 비교적 한산했다. 반면 인근 아이스크림 전문점엔 손님들이 줄지어 들어가며 상반된 풍경이 연출됐다.

몇 년 전만 해도 저녁 회식을 하는 직장인들로 가득 찼던 이곳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젊음의 거리'란 이름이 무색하게 대학생 등 젊은 층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호객하는 직원들만 눈에 띄었다.

밤 9시쯤에도 한산한 종각 '젊음의 거리'. 문을 닫은 식당들이 눈에 띄었고 술집 내부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사진=정진우 기자
밤 9시쯤에도 한산한 종각 '젊음의 거리'. 문을 닫은 식당들이 눈에 띄었고 술집 내부는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사진=정진우 기자

인근 한 고깃집 관계자는 "예전에는 술을 마시러 오는 손님들로 가게가 가득 찼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며 "밤 9시만 넘어도 거리가 한산해지고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종로구 무교동의 한 복요리 전문점 관계자도 "요즘 저녁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고 술을 마시러 오는 사람들도 하루 3~4팀 수준"이라고 전했다.

가격 부담과 음주 문화 변화가 맞물리면서 이처럼 술집을 찾는 발길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소주 한 병 가격이 6000원을 넘고 안주까지 더하면 2만~3만원이 훌쩍 넘는 구조가 일반화되면서 '가볍게 한잔'의 진입 장벽이 높아졌다.

음주 자체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술자리가 인간관계의 필수 코스로 여겨지기보다 개인 시간과 건강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마시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식이 감소하는 문화와 대학가 모임 축소까지 겹치며 '비주류(非酒類) 사회'가 주류가 되는 중이다.

서울시 '호프-간이주점' 점포수 추이/그래픽=윤선정
서울시 '호프-간이주점' 점포수 추이/그래픽=윤선정

실제 통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호프·간이주점' 수는 2023년 1만8412곳에서 지난해 1만5580곳으로 감소해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 기준 서비스업 생산지수에서도 주점업은 지난해 말 기준 전년 대비 3.1% 감소하며 역성장했다.

주류 소비가 줄어들면서 외식업계의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현상도 목격된다. 주류 판매 비중이 높은 포차나 소규모 자영업 식당은 매출 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고 고급 레스토랑들만 장사가 잘된다. 고가의 와인이나 일품진로 같은 프리미엄 주류를 페어링해 일반 주류 매출 감소분을 보완하고 에이드류 등으로 음료 매출을 강화하는 식이다.

요리주점을 운영하는 30대 자영업자 이강현씨는 "예전에는 혼자 가게를 차리는 게 목표였지만 지금은 업황 자체가 불안정해 1인 창업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동업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성공도 불투명하고 개인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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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입니다.

차현아 기자

정보미디어과학부, 정치부를 거쳐 현재 산업2부에서 식품기업, 중소기업 등을 담당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현장에서, 경제와 정책,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순간을 기사로 포착하고자 합니다.

이병권 기자

머니투데이 금융부를 거쳐 지금은 산업2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과 가까운 기업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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