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 얼굴 사진 학습하라며 기업에 준 정부…헌재 "사업 종료돼 각하"

송민경 기자
2026.02.26 16:21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2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사진=뉴시스

출입국심사 시 수집·보관한 여권사진 및 무인심사대에서 촬영한 얼굴 사진들을 제3자에게 학습데이터로 이전해 처리하도록 한 정부의 행위에 대해 청구인들이 위헌이라고 주장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이미 사업이 종료됐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란 본안 판단을 하기 전에 청구 자체가 잘못돼 본안 판단 없이 절차를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헌재는 26일 안면 데이터·이상행동 데이터 수집 및 보관 등 위헌 확인 소송에서 헌법재판관 만장일치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청구인들이 제기한 △출입국관리공무원이 수집하거나 제출받은 생체정보를 출입국심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출입국관리법 조항들이 위헌이라는 주장과 △국회의장이 안면데이터 등 생체정보를 인공지능 알고리즘 학습 목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금지하는 입법을 하지 않은 입법부작위는 위헌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청구인들은 2005년 2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사이에 대한민국을 출입국한 기록이 있는 대한민국 국민 또는 외국인이다.

법무부는 인공지능 식별·추적 시스템의 고도화를 통한 출입국심사 고도화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공지능식별·추적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출입국심사에 최적화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얼굴인식 알고리즘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법무부 장관은 2020년 7월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의 보안·통제구역 안에 기업들이 외부와 차단된 환경에서 데이터 가공·학습·실증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인 실증랩을 개소했다.

출입국심사를 통해 법무부장관이 수집·보유하고 있던 내·외국인의 얼굴사진 중 약 1억7000만건의 얼굴사진을 국적·성별·출생연도만 남기고 성명·생년월일·주민등록번호·외국인등록번호·여권번호 등은 삭제하는 방식으로 비식별처리를 해서 실증랩 내 학습서버로 전송했다.

2021년 10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자 2021년 11월 사업은 보류됐고 같은해 12월 사업이 종료됐다. 이후 안면데이터는 2022년 3월 파기 됐다.

청구인들은 법무부장관 등이 출입국 심사 시 수집·보관한 청구인들의 여권사진 및 무인심사대에서 촬영한 얼굴 사진 등 안면데이터를 학습데이터로 이전해 처리하도록 한 행위 등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출입국심사 시 수집·보관한 청구인들의 여권사진 및 무인심사대에서 촬영한 얼굴 사진들을 제3자에게 학습데이터로 이전해 처리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 권리보호이익이 없어졌고 심판의 이익도 없다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관련 사업이 이미 종료됐고 안면데이터가 파기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까지 드러난 사정만으로는 이런 행위가 반복되리라 단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또 문제가 된 법률 조항들도 법률 조항 자체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입법부작위에 대해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학습 목적으로 안면데이터와 같은 개인정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구체적인 규정을 입법할 작위의무가 헌법상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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