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3시간 근무" 유가족 눈물 호소…노동계, 쿠팡 개선 촉구

민수정 기자
2026.02.27 15:57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의원회관 3간담회실에서는 쿠팡 과로사 유가족 증언 및 노동현장 실태 보고대회가 열렸다./사진=민수정 기자.

쿠팡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의 가족들이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와 근무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노동계도 쿠팡의 근무 시스템이 과로와 고용불안을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 정치권과 안전한쿠팡만들기 공동행동 주최로 '쿠팡 과로사 유가족 증언 및 노동현장 실태 보고대회'가 열렸다.

사망한 노동자들의 유가족은 쿠팡의 근무 환경이 과로사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고(故) 장덕준씨 어머니 박미숙씨는 "하루 8시간 근무 중 7번은 마감 업무를 진행했다"며 "(물류센터는)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공간도 아닌 축구장 2배 넓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택배기사로 일하던 남편을 잃은 이수은씨는 "남편은 하루 13시간 넘는 노동을 했다"며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나서 하루만 쉬고 다시 출근한 날 사고를 당했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배우자가 사망한 우다경씨도 "일한 지 3일째 되던 날 남편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며 "습하고 더운 날씨였지만 남편이 일하던 자리는 선풍기 바람도 제대로 닿지 않았다"고 했다.

유족들은 쿠팡에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고 여전히 제도 개선을 체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 박현경씨 남편 최규석씨는 "쿠팡이 망하는 걸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쿠팡은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근로자가 안전하게 집으로 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고 최성낙씨 아들 최재현씨는 "근로복지공단이 기업 자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현장 실태와 유가족 진술을 적극 반영하는 조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유가족이 행정 절차와 법적 분쟁 속 방치되지 않도록 국가가 보호 구조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냉장고 옮기는데 추가비 없어"…현장의 호소
지난 10일 서울 시내 쿠팡 물류센터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사진=뉴스1.

노동계는 쿠팡 노동자들이 야간 배송과 함께 현장 부수 업무까지 도맡으면서 과로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민욱 전국택배노조 쿠팡본부 본부장은 "다회용기 회수·반납 업무는 사회적 대화에서 택배 기사 업무가 아니라는 것이 확인됐다"며 "냉장고 등 규격과 중량이 큰 이형물품에 대한 추가 비용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 시간 단축뿐 아니라 고용불안을 일으키는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며 "부수 업무를 배제하고 적정 수수료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길순 쿠팡물류센터지회 대구분회 여성부장은 "재고 공정 남자 직원들도 1년을 못 버티고 나가는 일이 허다한데, 그 공백은 50대 여사원이 채우고 있다"며 "냉난방 시설을 확충하고 2시간마다 유급 휴게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은 이날 4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개인정보 사고로 심려를 끼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다만 배송 노동자 사망 사고와 과로사 문제 등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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