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이 개별 사건 보고받는다?…법원이 그렇게 돌아가기 어려운 이유

양윤우 기자, 정진솔 기자, 오석진 기자
2026.03.09 05:49

[기획]법원, 진짜 믿지 못할 곳인가 ③공개재판·기록·상급심 등으로 독립성 유지

[편집자주] 법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법원 청사에 집단 테러가 발생했고 "재판 결과는 윗선이 다 결정하는 거 아니야"라는 오해까지 나온다. 신뢰를 깎아 먹는 요인이 무엇인지, 법원은 정말 신뢰할 수 없는 조직인지, 해외에서도 신뢰가 부족한 지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신뢰 회복 해법을 모색한다.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사진=머니투데이 DB

대법원장이 주요 사건 재판을 좌우할 수 있을까. 유명 전관 변호사를 쓰면 정해진 결론을 바꿀 수 있을까. 재판이 원칙적으로 공개되고 3심까지 이어지는 점, 모든 절차가 기록으로 남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윗선이나 외부가 재판 결론에 영향을 미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 설명이다.

외부의 재판 개입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특정 판사에게 특정 사건을 줄 수 없고 배당 과정에 누구도 개입할 수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건이 접수되면 법원은 업무분장에 따라 형사·민사 등 사건 유형과 전담·전문 재판부를 구분한다. 그 다음 전산 시스템을 통해 사건을 재판부에 무작위로 배당한다. 내란 사건도 법에 따라 전담재판부를 만들었으나 사건은 무작위로 배당된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배당 과정이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의심하는 이들도 있지만 누군가 배당에 개입한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재판이 공개되는 점 역시 외부에서의 개입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2차 피해 우려가 큰 성범죄 사건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재판은 원칙적으로 공개되고 누구나 방청할 수 있다.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은 언론 보도를 통해 진행 상황이 상세히 알려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재판은 법정에서 당사자들이 입장을 다투는 구조여서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 자리에서 이의 제기가 가능하다. 한 법조인은 "재판부가 결론을 정해놓고 심리한다는 의심이 들면 당사자들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즉시 절차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했다.

재판 과정 대부분은 기록이 된다. 재판은 △사건 접수 △배당 △기록 검토 △심리(공판·변론) △증거조사 △평의 △판결문 작성 △선고 순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서면 제출, 기일 진행 내용, 각종 신청과 결정, 증거 채택과 조사 과정이 기록으로 남는다. 판결문에는 결론과 판단 이유가 기재된다. 외부로부터의 개입이 파고들 틈이 사실상 없다.

특히 통상 재판은 1심에서 끝나지 않는다. 당사자들은 항소심과 대법원 판단까지 받으며 다툴 수 있다. 재판소원제도 도입으로 일부 사건은 헌법재판소의 판단까지 받을 수 있게 됐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특정 결론을 '확실히' 유지하려면 1심에서만이 아니라 상급심에서도 같은 결론이 유지돼야 한다"며 "여러 단계의 검증을 통과해야 하니 끝까지 끌고 가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법원은 각 재판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법원에는 일반적인 조직에서 연말이면 주는 '올해의 우수사원' 같은 포상이 없다. 유무죄 판결 숫자 등 우수 판사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없을 뿐만 아니라 법관들이 자신도 모르게 상 주는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 가능성 자체를 없애기 위해서다. 당연하지만 일반인들이 오해하는 '이 사건은 이렇게 선고하겠다'고 미리 보고하는 시스템도 없다. 재판 결과는 해당 재판관 외에는 아무도 할 수 없다. 인사나 평가, 성과급 지급 등도 모든 구성원들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기준을 만들어 진행한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재판하면서 변호사가 어느 법무법인 소속인지 궁금한 적도 없고 별로 상관하지도 않는다"며 "오히려 재판받는 당사자들이 나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봐 그런 부분을 더 신경 쓴다. 가끔 유명한 전관이 변호사로 들어오면 오해 소지를 없애기 위해 심리를 더 엄격하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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