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아라비아 반도 사이에 위치한 바닷길입니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데 가장 넓은 곳이 50km 남짓으로 좁고 수심이 얕습니다. 이 해협에서 대형 유조선이 지나갈 수 있는 깊은 수심의 항로는 대부분 이란 영해와 맞닿아있어 이란이 사실상 해협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 해협은 이라크,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산유국에 둘러싸여 있다는 점에서 좁은 바닷길에 그치지 않습니다. 중동 원유가 건너는 길이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로 꼽힙니다. 2024년 기준 세계 석유 해상 교역량의 약 27%가 이 해협을 통과했습니다.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이용해 이란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을 때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외교적 카드로 꺼내들어 왔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8일 이란을 공습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습니다. 두 나라는 공습으로 이란의 최고지도자를 제거했으나 이란은 그의 차남을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해 강경한 대응을 시사했습니다. 당분간 전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집니다.
중동 정세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제 경제 변동성도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들은 잇달아 생산량을 감축했습니다. 이로 인해 에너지 공급 차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날(9일)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던 2022년 이후 처음입니다.
미국에서는 스태그플래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 우려가 나옵니다.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고용 부진으로 실업률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이 줄어들어 경제 성장세 둔화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우리나라와 무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원유의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오기 때문입니다.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지난 8일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1900원을 훌쩍 넘기도 했습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가 변동은 단기적으로 치러야 할 작은 대가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핵 위협이 사라지면 단기 유가는 급격히 하락할 것"이라며 "(유가 변동성은) 미국과 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지불해야 할 아주 작은 대가다. 오직 바보들만 다르게 생각할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