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사법 신뢰도가 높은 나라에는 어떤 제도가 갖춰져 있을까. 나라별로 다르지만 독립성과 청렴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10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2024년 기준 기관별 신뢰도 조사(Survey on Drivers of Trust in Public Institutions 2024)에 따르면 한국의 법원·사법 시스템 신뢰도는 33%로 OECD 평균 54%보다 낮다.
OECD 통계상 법원·사법 시스템 신뢰도가 가장 높았던 국가는 노르웨이(77%)·덴마크(75%)·핀란드(74%)였다. △정치로부터의 거리(독립성) △부패·특혜 의심이 낮은 환경(청렴성) △정보공개·설명 중심 운영(개방성) 등이 잘 작동될수록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덴마크의 경우 '판사의 공정성에 의심을 줄 수 있는 사건'이라면 판사가 스스로 사건을 회피하거나 기피 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또 법원 안에 '외부 활동 심사 기관'을 설립해 운영하며 판사의 외부 활동이나 이해충돌 가능성을 감시하도록 하고 있다.
2008년 한국을 방문한 덴마크 대법원장 멜치어는 당시 "법원의 여론조사에서 국민 94%가 법원에서 받은 서비스에 만족하며 법원 판결을 신뢰하고 있고 패소 판결을 받은 사람들도 절대다수가 '부당한 처우를 받지 않았다'라고 답했다"며 "뇌물수수나 부정부패가 없는 공공행정에 대한 높은 신뢰가 법원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러 나라들이 전관예우 관행을 없애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영국의 경우 퇴직 법관의 변호사 재개업은 전면적으로 금지된다. 싱가포르는 상급법원 판사로 3년 이상 재직한 사람은 모든 법원에서 영구적으로 소송대리가 금지된다. 독일은 퇴직 전에 재직했던 법원에서 5년간 소송대리를 금지한다. 홍콩은 법관으로 임명될 때 '퇴직·사직 시 영구적 개업금지 선서'를 해야 하고, 상고심 법관이 될 때부턴 변호사 개업이 영구적으로 금지된다.
사건 당사자, 피해자 눈높이에 맞춘 절차나 제도적 지원 역시 사법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쓰인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호주는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소송비용을 면해주는 제도를 갖추고 있어서 패소의 두려움으로 법원을 피하는 일을 막는다"며 "사법부가 인권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준다면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지만 한국만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법조인은 "미국의 경우 주요 사건에 대해 국민이 참여하는 배심제를 통해 그 결과를 다 같이 납득하는 과정을 갖는다"며 "한국도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했으나 잘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각 국가 상황과 특성에 맞게 사법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