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밝힌 쉰들러 사건 승소 비결…"정경유착 프레임 배척"

양윤우 기자
2026.03.16 16:50
조아라 법무부 국제법무부 국제투자분쟁과장이 16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쉰들러 ISDS 승소 관련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현대엘리베이터 2대 주주였던 스위스 승강기 업체 쉰들러가 제기한 3250억원대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한국 정부가 승소한 배경은 규제당국의 판단이 적법·비차별적이었다는 점을 중재판정부가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아라 법무부 국제법무국 국제투자분쟁과장은 1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쉰들러 ISDS 사건의 승소 배경과 후속 대응 방향을 설명했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지난 14일(현지시각) 오전 2시 쉰들러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모든 청구를 기각했다. 우리 정부는 쉰들러가 주장한 325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소송비용으로 들어간 96억원 상당도 고스란히 돌려받게 됐다.

쉰들러 측은 2013~2015년 진행된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이 오너 일가의 경영권 강화 차원에서 이뤄졌음에도 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금융위원회 등 관계 당국이 이를 방치해 부당한 손해를 입었다고 주중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공정위 등의 조치가 공익 목적 아래 합리적이고 적법하게 이뤄졌고 외국인 투자자인 쉰들러를 차별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중재판정부도 "국제중재는 국내 규제기관의 판단을 사후적으로 다시 심사하는 항소법원이 아니다"라며 정부 논리를 받아들였다.

이 판정으로 쉰들러 측의 핵심 주장인 공정·공평 대우(FET) 위반과 충분한 보호 및 안전(FPS) 의무 위반을 모두 무너뜨렸다. 법무부 관계자는 "규제당국의 권한 행사가 자의적이지 않고 비차별적이었다면 중재판정부가 국내 행정 판단의 옳고 그름을 새로 따질 수는 없다는 점이 이번 판정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쉰들러 측의 이른바 '정경유착 프레임'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앞서 쉰들러 측은 정부와 현대그룹이 유착해 현대 측에 유리하게 규제 권한이 행사되거나 행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재판 과정에서 직접 증인을 확보하고 방대한 자료를 수집·분석해 이를 반박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특히 헤이그 심리 과정에서 증인신문과 수천 쪽 분량의 서면 공방을 통해 유착·공모 주장을 정면으로 깨뜨렸고 중재판정부도 정부 측 증거의 신빙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쉰들러 측이 판정 취소 신청을 추가로 제기할 가능성도 있어서 사건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중재 절차 진행 과정에서 특별히 절차상 중대한 하자는 없었다"며 "취소 절차는 국내 소송의 항소심처럼 판정 내용을 다시 전면 재심사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제한된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한 예외적 절차"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후속 제도 정비에도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법무부는 현재 국회와 협의해 ISDS 대응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대통령 훈령을 근거로 대응하고 있지만, 실제 ISDS는 행정부 조치뿐 아니라 재판·수사·입법·정책 전반이 문제 될 수 있는 만큼 대응 체계를 행정부 수준에서 국가 전체 차원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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