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13개 의혹을 받는 김병기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가 6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초기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김 의원 본인 소환 조사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수사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23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1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김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다만 김 의원이 건강상 이유로 조사 중단을 요청하며 약 5시간 만에 종료됐다. 앞선 1·2차 조사는 지난달 26일과 27일 연이틀 동안 14시간 넘게 진행됐다.
당초 3차 조사는 5일에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김 의원 측 요청에 따라 11일로 미뤄졌다. 김 의원은 이례적으로 진술 조서에도 날인하지 않고 귀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 조사에서 김 의원이 날인하지 않으면 조사 내용은 효력을 잃게 된다.
경찰은 김 의원 측과 일정을 재조율해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4차 조사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소환 일정을 계속 소통 중에 있다"며 "조사에 못 나온다고 할 경우 사유에 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늦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을 둘러싼 의혹은 지난해 9월 차남의 숭실대 편입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언론보도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후 시민단체의 고발이 이어지며 경찰은 같은 달 19일 고발인 조사 등 수사에 착수했다.
추가 의혹도 잇달아 제기되며 김 의원은 총 13가지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차남 숭실대 편입 개입 △차남 취업 청탁 △배우자 동작구의회 법인카드 유용 및 수사 무마 등이 주요 의혹의 골자다.
그러나 최초 의혹 제기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13개 의혹 중 뚜렷하게 규명된 내용은 없다.
경찰의 초기 대응이 늦어 수사가 지연됐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김 의원에 대한 첫 압수수색은 지난 1월14일 처음으로 진행됐다. 김 의원이 지난해 12월30일 민주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2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김 의원에 대한 피의자 조사도 지난달 말에서야 처음 이뤄졌다.
서정빈 법무법인 소울 형사전문변호사는 "증거인멸 가능성이 충분히 제기된 상황이었는데도 최초 압수수색에 나선 시점이 너무 늦었다"며 "사안의 중대성과 파급력을 비춰봤을 때 수사가 많이 지연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도 "피의자가 조사를 중단하고 귀가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며, 보통 빠르게 재조사 일정을 잡는 편"이라며 "수사 초기부터 대응이 늦은 데다가 최근 조사도 계속 미뤄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경찰의 수사 의지와 역량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