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치재판도 재판소원 대상?…'취소' 안 되는 수감생활 보상은?

이혜수 기자
2026.03.23 16:38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재판소원 제도가 본격 가동된 가운데 감치재판·영장재판도 심리의 대상이 되면서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속 기간을 다 채우고 나온 뒤 재판소원이 인용됐을 때 청구인을 구속에 이르게 한 감치재판·영장재판을 물리적으로 '취소'할 수 없어서다.

23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헌재는 재판소원의 대상이 되는 '확정된 재판'에 감치재판도 포함될 수 있는지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헌재 관계자는 "재판소원의 대상에 감치재판이 들어갈 수 있는지 재판 종류의 전반에 대해 연구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결론은 실제 사건이 접수될 경우 재판부 결정을 통해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감치는 기한이 비교적 짧다는 점이다. 재판소원이 제기됐을 때 헌재가 감치 기한 내 일정 판단을 내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감치는 △법정 질서 문란(최대 20일) △재산명시 의무 위반(최대 20일) △양육비 미지급(최대 30일) △증거조사 방해·거부(최대 7일) 등의 사유로 처해질 수 있다.

감치재판을 거쳐 감치가 집행될 때 청구인이 '신체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는 등의 이유로 재판소원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헌재가 감치 필요성을 판단하지 않고 감치재판 과정에서 기본권 침해 등이 있었는지를 심리하는데 결과를 빠르게 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감치의 기한이 길지 않은 만큼 헌재가 1~2주 이내에 판단을 내리는 건 불가능하다"며 "권리 구제가 필요할 경우 청구인이 가처분 신청을 해서 재판 효력을 정지하는 방식으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따르면 청구인이 헌법소원을 내면서 감치재판에 대한 효력을 정지해달란 가처분 신청을 낼 경우 헌재가 결론을 내릴 때까지 해당 재판의 효력은 정지된다.

그러나 가처분 신청을 내지 않고 감치 기한을 전부 채우고 나왔을 때는 이미 집행된 처분을 '취소'할 방안이 없다.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따르면 기본권 침해의 원인이 된 법원의 재판이 있을 경우 해당 재판을 '취소'하도록 하고 법원은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한다. 그런데 이미 절차가 끝난 사안은 취소할 수 없단 문제가 있다. 감치뿐 아니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실시된 압수수색과 구속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헌재 관계자는 "이미 수감생활을 마치는 등의 상황에서 재판소원을 제기하면 헌재가 해당 재판을 취소하더라도 실익이 없는 경우이므로 '권리 보호이익'이 없다고 보인다"며 "이런 경우 각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헌재는 재판부의 결정으로 하여금 청구인이 침해받은 기본권을 회복할 수 있을 때 사건을 심리한다.

이와 관련, 감치재판이 신체의 자유 등을 정면으로 침해한 상황이었을 경우 감치재판 자체를 취소하진 못하더라도 예외적으로 권리보호 이익을 인정하기 위해 위헌이었단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과거 재판소원 제도 입법 당시에도 감치재판·영장재판 등에 대한 우려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재판이 인신을 구속하는 등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사안인 만큼 권리구제가 필요할 경우가 발생할 것을 고려해 재판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지는 않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헌재는 감치재판 등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사건이 접수될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방침을 세워나갈 계획이다. 헌재 관계자는 "감치재판 등 유형의 사건이 신속한 처리를 필요로 한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며 "지금도 신속성이 중요한 사건이 가처분 신청과 함께 들어오면 주심과 바로 상의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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