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드러난 비극...엄마 손에 숨진 세 살배기, 위기신호 눈감은 사회

윤혜주 기자
2026.03.26 09:37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위기정보에도 현장조사 '0건'

세 살배기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30대 여성 B씨(왼쪽)와 시신을 야산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30대 남성 C씨(오른쪽)/사진=뉴스1

친모의 학대로 세 살배기 딸이 목숨을 잃은 비극이 6년 만에 세상에 알려졌다. 정부의 아동학대 감시 시스템 상에 분기마다 위기 신호가 포착됐지만 정작 현장 조사는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뉴스1에 따르면 아동학대 징후를 등록하고 관리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 2021년 당시 3세였던 A양이 숨진 이후 A양에 대한 위기 정보가 등록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분기마다 A양에 대한 위기 정보 2~4건이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에 등록됐다.

아동학대 위기 정보에는 △예방접종 미접종 △장기 결석 △건강검진 미검진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보건복지부는 총 44종의 사회보장 데이터를 활용한 위기 정보가 시스템에서 점수화돼 일정 점수가 넘으면 해당 아동이 속한 가정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 A양의 경우 영유아 미검진을 비롯한 의료기관 진료 누락 등의 위기 정보가 등록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A양 가정에 대한 현장 조사는 실제로 이어지지 않았다. 담당 공무원들은 A양의 위기 점수가 다른 아동들에 비해 낮다는 이유로 현장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A양의 사망은 초등학교 측 신고로 밝혀졌다. A양의 30대 친모 B씨는 2024년 A양의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오자 관할 주민센터에 입학 연기 신청을 했다. 지난해에는 관할 행정복지센터가 해당 초등학교에 입학 예정자 명단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A양이 누락돼 미입학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다시 입학 통지서를 받은 B씨는 더 이상 입학 연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당시 연인이었던 C씨의 조카를 자신의 딸인 척 지난 1월 예비소집일에 데려갔다. 이후 B씨가 지난 3일 열린 입학식에 참석하지 않자 학교 측이 B씨에게 연락을 취했고 B씨는 이튿날인 4일 재차 C씨의 조카를 학교에 데려가 현장체험학습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후 B씨는 돌연 잠적했고 학교 측이 지난 16일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신고 접수 당일 오후 9시 30분쯤 시흥시 정왕동 한 숙박시설에 함께 있던 B씨와 C씨를 긴급 체포했다. C씨는 A양이 숨지고 며칠이 지난 후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안산시 단원구 와동 한 야산에서 A양으로 추정되는 이불에 쌓인 사체를 발견해 수습,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했다.

경찰은 A양 친부가 A양이 숨지기 수일 전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한 차례 신고한 이력도 확인했다. 당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A양 집에 방문했을 때는 A양 학대 정황을 확인하지 못해 경찰에 수사 의뢰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붙잡힌 B씨는 당초 "딸이 이불을 뒤집어쓴 채 숨져 있었다"고 학대 사실을 부인하다가 지난 19일 구속된 뒤 "딸의 목을 졸랐다"고 자백했다. 범행 동기에 대해선 "딸을 키우기 싫었다. 딸이 짐 같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B씨에 대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신상정보 공개 시 2차 피해 우려 등 유족 측이 비공개를 희망하는 부분을 종합 고려해 비공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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