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형을 선고했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간간이 사형제 폐지를 주장해온 진보진영까지 '사형 선고'를 외쳤다. 반면 법조계에선 무기징역이 합당한 처벌이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사형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탓이다.
한국에서 사형은 1997년 이후 약 30년간 집행되고 있지 않다. 실질적 사형 폐지국가인 셈이다. 사형을 구형한 내란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조차도 구형 당시 상징적 의미를 강조했다.
수도권 부장판사 A씨는 "윤 전대통령이 아니라 아무리 흉악범이라고 해도 사형 선고는 쉽지 않다. 현직 판사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시대적 흐름을 강조한 셈이다. 그는 "15~20년 전쯤 사형 선고를 해봤다"면서도 "지금 생각을 가지고 옛날로 가도 사형 선고는 어려울 것같다"고도 말했다.
실제 사형제에 대한 찬반여론은 시대에 따라 갈려왔다. 독재정권 시기에 사형이 악용된 사례가 있었을 때는 폐지론이, 아동에 대한 납치 및 살인 등이 사회문제가 됐을 때는 찬성론이 득세했다.
문제는 사형제를 유지할지, 폐지할지 지금처럼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둘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사형이 합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지만 당시 5대4로 합헌과 위헌이 치열히 맞섰다. 2022년 다시금 헌재 심리를 받았지만 아직 소식은 없다.
통상 사형제를 찬성하는 쪽은 응보 감정을, 반대하는 쪽은 오판의 가능성과 인권을 주된 이유로 든다. 범죄예방 효과에 대해서는 시각이 갈린다. 사형제가 판사 개인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재경지법의 부장판사 B씨는 "판결은 평생 간다"며 "상급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있지만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징적 의미만 남았다고 하지만 법적으로는 집행이 가능하다"며 "판사가 집행 가능성을 배제한 채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게 과연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의 부장판사 C씨도 "사람 목숨은 불가침"이라며 "아무리 국가권력이라도 목숨을 빼앗는 일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와 학계 등에서는 사형제 존치와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조속히 시작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덕인 부산과학기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집행은 안되는데 사형이 형벌로는 있어 생기는 상황"이라며 "오랜 시간 우리가 사형제라는 허상을 좇았다. 이젠 실체를 파악하고 논의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