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인지 학대인지 모른다...연 1700여명 아이들 원인 모를 죽음 밝혀야

민수정 기자
2026.04.13 15:02
누마구치 아츠시 나고야대학병원 응급의학·집중치료과 교수가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동사망검토제도도입 입법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세이브더칠드런.

"아동 한 명의 죽음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이 때문에 사망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아동사망검토제도(CDR·Child Death Review) 도입 입법 토론회'에서 누마구치 아츠시 나고야대 응급의학·집중치료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사망 아동과 같은 이유로 수백명이 병원에 내원할 수 있기 때문에 사망 예방을 위해선 원인 분석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2020년부터 10개 도도부현(지자체)을 중심으로 아동사망검토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CDR은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사망 사례를 검토해 예방책을 제시하는 제도다. 일본은 아동학대뿐 아니라 자살·사고사 등 포괄적으로 아동 사망 원인을 들여다보고 있다. 2022~2023년 동안 총 132건 대책을 만들었다.

제한적인 정보에 따른 조사 한계도 있다. 아츠시 교수는 "정보 공유를 의무화하거나 정보를 공유한 사람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일본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케하라 켄지 일본 국립성육의료연구센터 부장은 "10개 지자체에서 아동 사망은 2023년 기준 791건 발생했지만, 실제 검증을 실시한 사례는 76건"이라며 "유족으로부터 어떻게 CDR 동의를 받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고 했다. 이어 "예방 대책이 나오더라도 실행을 위한 예산이나 인력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동학대 사망 분석' 오는 8월 시행…"범위 더 넓혀야"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아동사망검토제도'에 관해 국내외 전문가들이 토론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세이브더칠드런.

우리나라도 아동학대 의심 사망 사건 분석을 법제화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오는 8월부터 시행된다. 법이 시행되면 사건 분석을 위한 특별위원회도 설치할 수 있다. 다만 분석 범위가 일본, 미국(텍사스), 잉글랜드 등 해외처럼 포괄적이진 않다.

이날 토론회에서 국내 전문가들은 분석 범위를 넓혀 놓치거나 은폐되는 사건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세인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아동 사망은 연간 1700명 육박해 발생하는데 상당수는 원인 불명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며 "이번 개정안은 재판이 확정되거나 종결된 사건을 대상으로 하는데, 분석 시점이 늦어지면 자료 확보나 권고 적절성이 상실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제도 도입을 위해 정보 제공 한계를 극복하고 기존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세원 강릉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개인정보와 아동 사망 예방이라는 공익 간 긴장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중요한 과제"라며 "아동 의료·교육 기록 등에 대한 접근을 가능케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정보 제공자 보호와 비식별화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연구원은 "한국은 국과수를 중심으로 이미 아동 부검 자료가 전수 축적됐다"며 "모두 새로 만들기보다 이미 작동한 경험 위에 전국 단위 스크리닝과 거버넌스 구조를 확장해 가는 방향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 관계자들은 세부 시행 방안에 대해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유지선 행정안전부 안전개선과 과장은 "당장 입법화를 하기보다는 시범사업 등을 거쳐서 내용을 다듬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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