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X" 욕설하며 화염 방사, 이사 갔던 이웃이었다…봉천동 방화 전말[뉴스속오늘]

류원혜 기자
2026.04.21 06:00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지난해 4월 21일 오전 8시17분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21층 규모 아파트의 4층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사진=뉴스1

2025년 4월 21일 오전 8시17분쯤.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 4층에서 굉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순식간에 번진 화염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창문 밖에 매달려 구조를 요청했다. 이 화재로 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화재는 방화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화범은 현장에서 불에 타 사망한 60대 남성 A씨였다. 과거 해당 아파트에 거주했던 그는 층간소음을 일으켜 이웃들과 갈등을 겪다 강제 퇴거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웃들 민원으로 '강제 퇴거'…범행 전 방화 연습도
지난해 4월 21일 서울 관악구 한 빌라 인근에서 A씨가 방화를 시도하던 모습./사진=뉴스1

A씨는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3층에 약 6개월간 살았던 주민이었다. 거주 당시 A씨는 벽과 천장을 두드리는 등 소음을 유발하고 난동을 피워 이웃들과 마찰을 빚었다. 특히 4층 주민과는 층간소음 문제로 몸싸움까지 벌여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A씨는 평소 윗집에서 소음이 들린다며 수시로 분노를 표출했다.

민원이 쏟아지자 A씨는 결국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퇴거 조치를 당했다. A씨는 2024년 11월 모친이 사는 인근 빌라로 이사하면서 이웃들에게 "가만두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새로운 거주지에서도 문제를 일으켰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고 이웃들과 자주 다퉈 경찰이 여러 차례 출동했다.

그러던 중 A씨는 방화를 결심했다. 그는 범행 당일 오전 8시4분쯤 자신이 살던 빌라 앞에서 방화를 연습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 이후 오토바이에 인화성 액체를 싣고 과거 거주했던 아파트로 향했다.

"XX년" 욕설하며 화염 방사…유서엔 "엄마 미안해"
지난해 4월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폐쇄회로(CC)TV 영상에 A씨 모습이 포착됐다./사진=화재감식보고서

8시12분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A씨는 인화성 액체가 담긴 통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는 4층에서 내린 뒤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겪었던 세대 앞 복도로 이동해 방화를 저질렀다. 현관문 옆 창문을 깨부순 뒤 세차용 고압 분사기와 라이터로 화염을 방사해 불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를 접수한 소방은 대응 1단계(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 출동)를 발령해 진화에 나섰고, 불은 9시54분 완전히 꺼졌다.

이 화재로 70~80대 여성 2명이 전신 화상을 입고 추락해 중상을 입었다. 4명은 연기 흡입 등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불이 난 세대는 가구 대부분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소실됐다. 소방시설법 개정 전에 지은 건물이라 스프링클러가 없어 피해가 컸다. 복도식 아파트라 인접 세대로 피난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완강기도 설치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내부가 검게 그을린 모습./사진=뉴스1

화재 현장에서는 A씨가 불에 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 자택에서는 유서와 현금 5만원이 발견됐다. 유서에는 '엄마 미안하다'는 내용과 함께 딸에게 '할머니 잘 모셔라. 이 돈은 병원비로 쓰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씨는 별다른 직업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정신 병력도 없었다. 방화 관련 전과는 없었으나 20여년 전 무면허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씨와 갈등을 겪었던 4층 세대 피해자는 화재 직전 현관 밖 복도에서 창문 깨지는 소리를 들었고, 이를 확인해 보니 A씨가 이미 "XX년"이라고 욕설하면서 화염을 방사하고 있었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와 현장 정황을 고려할 때 A씨는 불을 지른 뒤 분신해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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