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경남 진주시 CU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배송 기사 사망사고와 관련해 경찰과 BGF 리테일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또 정부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취지에 맞는 하청·특수고용 노동자 교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BGF리테일 사옥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책임 규명과 처우 개선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현장에는 20명 넘는 민주노총 조합원이 참석했다. 경찰은 대화 경찰 등 인력을 배치했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에 앞서 사고로 사망한 조합원에 대한 묵념도 진행했다.
민주노총은 사측이 화물노동자들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은 점이 사고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다른 편의점 사업자와 달리 BGF리테일은 교섭 요구를 회피하고 있다"며 "교섭 요구 노동자들의 물량을 빼앗아 손해배상으로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처우 개선도 요구했다.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본부장은 "화물노동자들이 저임금·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운송료 현실화와 노동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교섭권 보장을 위한 제도 보완도 요구했다. 김 본부장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무권리 상태가 참극과 탄압의 원인"이라며 "정부는 일하는 모든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이 보장되도록 관련 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경찰 대응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양 위원장은 경찰 책임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병철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대체 수송 차량 출차 과정에서 경찰 대응이 적절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경찰은 방관자가 아닌 참사의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사고는 전날 오전 10시32분쯤 경남 진주시 정촌면 CU 진주물류센터 앞에서 발생했다. 2.5톤 탑차가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3명과 충돌해 50대 남성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노조 차량이 경찰 바리케이드를 들이받는 과정에서 경찰관 1명도 다쳤다.
사고는 상품 배송 목적이었던 물류 차량 출차를 일부 노조원들이 막아서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화물연대가 지난 7일부터 본사에 배송 기사 처우 개선과 원청교섭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을 벌이면서 전국 가맹점에는 물품 공급에 차질을 빚는 상태였다.
경찰은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고 당일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를 중심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렸고 경찰청 감사관실은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비조합원인 사고차량 운전자는 특수상해 등 혐의로 긴급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 등은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날 일부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경남경찰청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후 청사 진입을 시도했지만 제지당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5시 경남 진주 집회 현장에서 'CU BGF·경찰 공권력 규탄 화물연대 결의대회'도 진행한다. 결의대회에는 전국 화물연대 조합원 12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